'신흥국 위기' 키우는 달러 강세… 기업 부채마저 역대최고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05.21 16:53
글자크기

美 국채수익률 뛰며 달러화 급등… 신흥국 기업 부채비율, 외환위기 때보다 높아

'신흥국 위기' 키우는 달러 강세… 기업 부채마저 역대최고


세계 금융가에 '신흥국 위기설'이 널리 퍼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신흥국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역대 최고인 신흥국의 부채 수준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베스팅닷컴 자료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주요 25개국 신흥국 통화 가치를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신흥국통화지수는 지난 18일 1669.07로 지난달 초 고점과 비교하면 3.5% 하락했다. 특히 1년여 만에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다. 200일 이동평균선이란 최근 200일 동안의 평균치를 나타낸 것으로 지수의 장기추세를 나타낸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장기적인 하락 추세 들어섰다는 의미다.



신흥국 통화 약세 원인은 미국의 금리 상승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3% 위로 뛰어올랐다. 2014년 1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 등 물가까지 들썩이면서 국채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달러화 수요가 많이 증가하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신흥국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위기 등에 비해 달러화 강세에 대해서는 충분히 우려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달러화 강세가 다른 통화를 추가로 압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 GAM 영국지사에서 신흥국 채권과 통화 투자를 담당하는 폴 맥나마라 펀드매니저는 "(신흥국 투자 관련) 달러 강세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없다"면서 "나머지는 다 잡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신흥국 투자 위험 분산을 위해 달러 대신 캐나다달러나 유로를 사용한다.



기업의 부채 수준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MSCI신흥국지수에 포함된 845개 기업의 부채비율(debt to equity ratio)은 지난해 12월 1일 기준 100.6%에 달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12월의 98.8%보다도 높아진 것이다. 부채비율 상승은 금리 인상 시기에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빌린 돈의 규모가 늘었는데, 금리까지 오르면 상환비용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자금 조달의 상당 비중을 달러화 표시 채권으로 조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화 강세로 기업들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강세로 말미암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 이후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기준금리는 단숨에 27.25%에서 40%로 급등했다. 지난달 페소화 가치가 20%나 폭락하자 급히 방어에 나선 것이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터키 중앙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자금 조달 금리를 12.75%에서 13.50%로 7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