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령화사회, 만 65세까지 근로가능"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8.05.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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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근로자 가동연한 '만 60세→만 65세' 연장 인정 판결 잇따라

그래픽=이지혜 기자그래픽=이지혜 기자


근로 가능 연령을 만65세까지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령화 추세를 고려한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7부(부장판사 김은성)은 22일 교통사고를 당한 A씨와 가족들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의 정년을 만 65세로 보고 손해배상액을 책정한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 근로 가능 연령을 만60세까지 인정해왔지만,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해 만65세까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당초 1심은 피해자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하면서 과거의 판결 취지에 따라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피해자의 가동연한은 만65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가동연한은 교통사고·산업재해 등으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어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는 나이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자영업자 등에게 가동연한은 정년에 해당한다. 농민은 65세, 변호사 등 전문직은 70세 등 직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그동안 대법원은 시대 변화에 따라 가동연한을 꾸준히 높여왔다. 과거 대법원은 근로자의 가동연한을 만 55세로 판단했지만, 지난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황에 따라 가동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근로자의 가동연한으로 만 60세를 적용해왔다.

이번 사건 항소심 법원은 평균 수명의 증가와 공무원과 민간기업들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난 점, 기초연금법상 기초연금 수급 시기가 만 65세인 점, 만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는 추세인 점 등을 근거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거 법원이 취해왔던 육체노동자의 60세 가동연한에 관한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면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60세 이상이고, 공사 현장에서도 60대 이상의 인부 등을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과 상당한 괴리를 쉽사리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수원지법 역시 교통사고 피해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같은 이유로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만65세로 확대해 인정했다. 당시 법원 역시 고령화 사회 변화 추세 등을 근거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보험사가 상고하지 않아 대법원 판단은 받지 못했다.

법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피해자가 60세에 가깝거나 60세가 넘어 사망한 경우 보험 약관 등을 이유로 2~3년 정도 가동연한을 더 인정한 경우는 있었지만, 20대 피해자에게 일반론으로 65세까지 노동 능력을 인정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확대인정할 경우 보험관계 등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며 "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례가 어떻게 나올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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