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비은행' 강화…증권사 대접 달라진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8.05.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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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지주사 전환후 증권사 인수합병 추진, 금융지주사 내 효자 노릇 톡톡

너도나도 '비은행' 강화…증권사 대접 달라진다


우리은행 (14,800원 ▲250 +1.7%)이 지주사 전환 이후 증권사 인수에 나서는 등 금융지주사 내에서 증권사의 위상 변화가 주목된다. 기존 금융지주사도 유상증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증권업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순이익 증가가 두드러져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지주회사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지주사로 전환한 뒤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 신탁 등 수익성이 높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적당한 인수 대상 증권사를 찾을 계획"이라며 "비은행 부문 강화는 여건이 허락하는 데까지 최대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자기자본의 20%로 출자제한이 있어 잔여 한도가 6000억~7000억원 수준이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출자 한도에 대한 직접 규제가 없어 인수합병 할 실탄 마련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적당한 매물이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 (707원 ▼15 -2.08%))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만 있어서는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과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증권사를 인수해 비은행 부문에서의 성장과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내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사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증권사에 대한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58,700원 ▼1,000 -1.68%)는 올해 3월 하나금융투자에 7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10년 만에 이뤄진 이번 유상증자로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조9921억원에서 2조6921억원으로 늘었다.

BNK금융지주 (8,390원 ▼80 -0.94%)도 자회사인 BNK투자증권을 중형증권사로 육성하기 위해 2000억원의 증자를 완료했다. BNK투자증권 자기자본은 4100억원으로 약 2배로 늘었다.

같은 지방 계열 금융지주사인 DGB금융지주 (8,480원 ▼160 -1.85%)도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DGB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했으나 CEO(최고경영자) 리스크로 1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다. 오는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선임안이 확정되는 대로 다음 달 중에 사업계획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증권사는 올 들어 순이익이 크게 늘어 금융지주 내에서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고 있다.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을 보면 농협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은행 다음으로 증권사가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KB금융은 카드사의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3.9% 줄어든 반면 증권사 순이익은 같은 기간 23.5%가 늘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증권사 순익 증가율은 110.9%로 비은행 부문 계열사 중 가장 높았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은행과 카드사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비은행 부문, 그중에서도 핵심 계열사인 증권사와 IB사업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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