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퍼지는 ‘AI 스피커’… ‘AI 소외’ 우려 증폭= 올초 국내 AI 스피커 누적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 50명 중 1명 꼴로 AI 스피커를 구매한 셈이다. 연말까지 300만대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이 ‘누구’를 내놓은 이래 KT ‘기가지니’, 네이버 ‘웨이브’·‘프렌즈’, 카카오 ‘카카오미니’ 등 경쟁 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AI 스피커가 주요 IT 기기로 부상하면서 정보취약계층의 AI 소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소외 현상은 AI 스피커와 같은 스마트 기기를 구매하기 어렵거나 기기 사용 자체가 어려운 이들이 AI 생태계에서 배제되는 문제다.
장애인의 지난해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70점(일반인 100점)으로 2015년 62.5점, 2016년 65.4점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장노년층 45.6점, 54점, 58.3점 △저소득층 74.5점, 77.3점, 81.4점 △농어민 55.2점, 61.1점, 64.8점 등 전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고 모바일 서비스의 사용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그러나 정보취약계층의 AI 소외 현상이 심화될 경우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정보격차가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만~20만원대 AI 스피커 가격과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음원, IPTV(인터넷TV) 이용료 등 비용은 저소득층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제품 구매부터 실제 사용환경을 구축하기까지 기기 및 앱 설치, 회원 가입, 네트워크 연결, 부가 서비스 연동 등 여러 단계도 거쳐야 한다.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상당한 제약 요소다. 청각 장애인의 경우 음성 인식 기반의 AI 스피커를 아예 이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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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IoT(사물인터넷) 등 IT 신기술이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취약계층의 상대적 생활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 이같은 우려는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능정보사회라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에 동의비율은 농어민 67.5%, 장애인 61%, 장노년층 69.2%로 일반인(57.4%)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저소득층 동의비율만 55.2%로 일반인보다 낮았다.
AI 기술은 사용자의 요구 질문과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가며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딥러닝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감안하면 AI 서비스 진화 과정에서도 정보취약계층의 요구와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형남 웹발전연구소 대표(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AI, IoT 등 신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기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사용자 접근성 차원의 연구와 고민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이들이 AI 서비스를 부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지 여부 등 여러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R&D(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를 접근성 연구에 투자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