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규제 필요하지만… 명확해야"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5.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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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키플랫폼][인터뷰] 오태림 글루와 대표

오태림 글루와 대표가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키플랫폼 2018 플러그인 앤 토크'에서 '블록체인이 바꾸는 세상 : 글루와가 추구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미래-글루와 생태계의 확장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오태림 글루와 대표가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키플랫폼 2018 플러그인 앤 토크'에서 '블록체인이 바꾸는 세상 : 글루와가 추구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미래-글루와 생태계의 확장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블록체인 기술을 확장하는 데 있어 정부 규제는 필요합니다. 다만 예측가능해야합니다."

많은 이들이 성공한 한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CEO로 꼽는 이가 있다. 글루와의 오태림 대표다. 글루와는 2012년 세워져 블록체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다.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러브콜을 받고 캘리포니아로 건너간 오 대표가 지난달 19~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에 강연자로 찾았다. 오 대표는 '블록체인이 바꾸는 세상 : 글루와가 추구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미래'란 주제를 강연했다. 그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글루와가 추구하는 블록체인 생태계는 어떤 모습인가.
▶블록체인은 기술이다. 기술 자체가 삶의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지는 못한다. 다만 이를 가지고 상품을 만들면 금전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앞서 PC로 자동화가 이뤄졌고, 인터넷은 연결성을 높였고,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됐다. 블록체인 기술은 높은 객관성과 투명성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사업 관점에서 볼 때 '가치 창출'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단위경제학적으로 말이 되는 사업이다. 1달러를 투자했을 때 4달러를 창출할 수 있는 금전적 가치 창출이 있다. 둘째론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는 일'처럼 예전엔 없던 일을 만들어 사회 효용을 높이는 비전 중심 가치 창출이 있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로 아직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비전 중심 블록체인 회사들이 생기고 있는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는 게 긍정적이라고 본다.



글루와도 같은 맥락이다. '신뢰'와 '투명성' 높은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이나 에너지 부문에 이용할 경우 돈이 되고, 사회적 효용도 높인다는 걸 알리고 있다.

-글루와는 독일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 이노지, 나이지리아 금융 기업 엘라크레딧과 공동 연구·개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비전 중심의 블록체인 회사 글루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있나.
▶블록체인은 이전 기술인 인터넷 데이터베이스(DB)에 비해 객관적이다. 블록체인은 상대적으로 기록하고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쓰기도 불편하다. 대신 신뢰와 투명성은 장점이다. 이 때문에 '신뢰'가 큰 가치인 금융 부문에서 특히 블록체인이 자주 사용된다.

나이지리아 금융 기업 엘라크레딧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개발도상국인 나이지리아의 국채 이율은 20%에 이른다. 은행 입장에선 사업체나 개인에게 돈을 대출해주는 것보다 국채 발행이 낫다. 그래서 대출이 필요한 이들의 90%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한다. 엘라크레딧은 개인의 '능력'에 중점을 둬 신용평가에 기반이 되는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해 대출하는 회사다. 10만명 넘는 이용자와 5% 이하의 연체율 등으로 우수한 수익을 내며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한계에 부딪힐 게 예상됐다. 성장을 위해선 지속적으로 자본을 유치해야하기 때문이다.


글루와는 엘라크레딧이 대출 등 자본을 운용할 게 아니라 신용평가 그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해 돈을 벌어야한다고 봤다. 현재 엘라크레딧과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 초 오픈 예정이다. 엘라크레딧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효용을 높인 사례다. 금융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개인과 대출 업자 모두에게 편의를 증진했다.

-블록체인 생태계의 확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의 규제일까.
▶정부 규제는 필요하다. 문제는 예측불가능성이다. 한국에서 블록체인 관련 규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생길지 예상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쏠린 폭발적 관심에 정부는 투기를 막는단 명목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은행 계좌 사용을 중지했다. 문제는 글루와는 암호화폐 거래소도 아닌데 블록체인 기술 회사란 이유로 함께 분류돼 회사 운영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글루와는 비축해둔 자본을 까먹으며 운영하는 형태다.

또 정부는 암호화폐가 화폐, 상품, 금융자산, 디지털자산 중 무엇인지 아직 정의하지 못했다. 명확치 않으니 횡령, 사기, 뇌물 등 범죄가 발생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아는 한 블록체인 관련 회사들은 신원증명이나 소득증명 등에 거리낌이 없다.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해 사업을 확장할 발판을 마련해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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