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게 이야기하다(和談)' 떠난 구본무 LG 회장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8.05.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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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숲에 대한 애정 남달랐던 구 회장…2010년 공익 목적으로 문 연 화담숲은 매년 관광객들이 찾는 휴식처로 자리매김

2002년 5월 구 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그의 가슴에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회장 구본무'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다. 평소에도 직원들과 서로 다르지 않다며 격이 없고 소탈하게 지낸 그의 단면을 볼 수 있다./사진=LG2002년 5월 구 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그의 가슴에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회장 구본무'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다. 평소에도 직원들과 서로 다르지 않다며 격이 없고 소탈하게 지낸 그의 단면을 볼 수 있다./사진=LG


20일 73세의 일기로 영면한 구본무 LG 회장의 아호(雅號)는 '화담(和談)'이다.

화담이란 '정답게 이야기하다'란 뜻을 담고 있는데 호 자체에서도 구 회장의 소탈했던 성품이 드러날 뿐만 아니라 그의 정신은 LG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예가 고인의 호를 따서 경기도 곤지암에 약 41만평(136만여㎡) 규모로 조성된 화담숲이다. 2010년 문은 연 이곳은 수목의 체계적 보전과 연구, 생태계 체험 교육 등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LG그룹이 앞서 1997년,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만든 환경전문 공익재단 'LG 상록재단'이 화담숲을 운영, 관리한다. 화담숲은 17여개 테마정원과 4300여 종 식물을 갖추고 있어 매년 전국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화담숲 조성에서도 알 수 있듯 구 회장은 새 뿐만 아니라 숲과 조경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화담숲이 조성된 이후 구 회장은 휴일이면 이곳을 거닐며 사업 구상을 하거나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숲에 심어진 수목의 종류도 대부분 알 정도였는데 구 회장을 아는 한 지인은 "화담숲을 방문한 한 관광객 일행이 그곳에 심어진 수목 종류를 궁금해하자 구 회장이 곁에서 듣고 있다가 알려준 적이 있다"며 "일행이 구 회장의 얼굴을 못 알아보고 다른 식물의 종류도 물어봐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화담숲에는 또 우수한 품종의 무궁화 500주를 심은 '무궁화 동산'이 있는데 현대에 들어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는 국화(國花)의 소중함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LG의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의 호는 '연암(蓮庵)'으로 이는 연꽃이 핀 초막이란 뜻이다. 또 구본무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호는 '상남(上南)'이다. 상남은 구 명예회장의 고향인 경상남도 진주에 추억이 깃든 장소의 이름을 딴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의 본관은 능성 구씨(綾城 具氏) 도원수파(都元帥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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