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국제사회 경쟁력도 학부모들의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학이 학생에게 제공하는 지식과 미래 산업수요 부조화도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2030년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칼 프레이(Carl B. Frey)도 20년 이내 미국 내 직업 20%가 '자동화' 때문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세계 대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미래사회에 적응하는 힘을 기르고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에서는 한전공대 설립을 국책사업이라며 당연히 해야할 사업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다음달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과 지방 기득권 세력들 뿐이다. 단체장 후보들이 한전공대를 자신의 지역구로 유치하겠다며 '표 구걸'에 나서는 것도 꼴사납다. 한전공대 설립은 '제2의 포항공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이나 포스텍(포항공대) 같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하나 더 설립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의 특수목적 대학에 대해 냉철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철도 관련 전문인력 배출이 목적인 한국철도대학은 이미 문을 닫았다. 또 정부부처 소속 특수목적 대학인 한국농수산대학과 국방대학교, 경찰대학,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도 미숙한 운영과 시대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휘청이고 있다. 애초 설계부터 잘못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세계 교육전문가들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양성 기관인 대학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융·복합 교육과정'이다. 단일 특수목적 교육과정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 대학 1개를 더 짓는 것보다 기존 대학의 인적·물적자원을 활용해 에너지 신산업 인재를 육성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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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명문대가 존재하는 실리콘밸리와 루트128 등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21세기는 다양성 시대다. 입학생 감소, 세계 경쟁력 약화, 대학 내부의 고질적인 기득권 문제 등을 풀어야만 대학이 경쟁력을 갖고 거듭날 수 있다. 한전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대학간 맞춤형 창의·융합 교육과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호남지역에 한전공대를 설립하려는 이유가 정치공학적 발상에서 출발했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 미래사회를 위한 폭넓고 깊이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문승태 국립순천대 기획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