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흔드는 탈세조사…타깃은 상사와 판토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8.05.11 16:04
글자크기

LG상사 지주사 편입과정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일감 몰아주기 규제 가까스로 벗어난 판토스도 주목

LG家 흔드는 탈세조사…타깃은 상사와 판토스


10대 그룹 중 외풍에서 자유롭다던 LG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에 단초를 제공한 사안은 LG상사의 지주사 편입과정으로 좁혀진다. 여기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가까스로 비켜나 있는 판토스에 대한 관심도 상승하고 있다.

◇개인회사 LG상사의 편입에 총수家 탈세의혹…15년치 거래조사=검찰에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이슈는 LG상사의 지주사 편입과정이다. 총수 일가가 각자 보유하던 지분을 그룹 지주사(LG)에 넘기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가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해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LG상사는 1953년 설립된 종합무역상사다. 외환위기 전까지는 그룹 내 수출입 창구 역할을 했고 최근엔 해외자원개발과 발전 및 산업 인프라 사업을 수행한다. 지난해 LG상사 매출액은 12조8272억원으로 이 중 LG전자 등 특수관계사와의 매출 거래 비중은 65.4% 수준이었다.

계열사 물량에 기대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가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10년 넘게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즉 지주회사 밖 계열사로 머물러 있었다. 이로 인해 대주주 사익편취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LG 측은 지주사 전환 당시 LG상사가 LG패션(현 LF)의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어 지주사로 편입치 못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2016년 말 기준 LG상사의 최대주주는 구본준 LG 부회장(3.0%)이었다. 구광모 LG전자 상무(2.1%), 구본무 LG 회장(2.5%)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LG상사에 대한 지분율은 총 27.6%였다.

현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사 밖 계열사에 대해 전면조사에 나서면서 LG그룹은 LG상사를 서둘러 지주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말 구 회장 등 개인 대주주 35명이 보유하고 있는 LG상사 지분 24.7%를 약 3000억원에 LG가 인수했다.

LG상사의 지주회사로의 편입은 정부의 규제 기조에 맞춰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세금탈루 의혹이 뒤늦게 터져 나왔다. LG 측은 "일부 특수관계인들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금액의 타당성에 대해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다"며 "그에 따라 검찰이 수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LG상사의 지주사 편입과정과는 별개로 총수일가의 15년치 주식거래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주식 양도소득세 탈세 의혹 전반에 대해서도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LG가 추구하던 '정도경영'에 자칫 오명을 남기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0.1%차이로 규제 피한 구광모의 판토스 운명은=LG상사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가까스로 비켜난 판토스도 주목받는다.

1977년에 설립돼 LG 구씨일가의 방계인 희성그룹 소유 비상장사로 있었으나 2015년 초 LG상사가 지분 51%(102만주)를 보유한 자회사로 편입됐다. 검찰은 LG상사와 구씨일가의 판토스 경영권 지분 매매 과정도 심층적으로 살필 것으로 보인다.

판토스는 물류사로 해운과 항공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고 있어 LG그룹 계열의 일감에 다분히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6160억원으로 전년(2조9977억원) 대비 20.6% 증가했다. LG, LG전자, LG화학 등 특수관계자 등과의 매출거래 총액은 78.1%(2조8223억원)에 달했다. 판토스는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는데다 개인 주주로서는 LG가(家) 4세이자 그룹 후계자인 구 상무가 최대주주(약 7.5%)인만큼 향후 지분 상속 등 승계 과정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얻는다.

지난해 5월 기준 구 상무 지분을 포함한 구씨 친족 합계 지분율은 총 19.9%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대기업 비상장계열사는 오너일가 지분이 20% 이상일 때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한다. 판토스의 경우 0.1% 차이로 규제를 비켜났다.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것이 고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대그룹 전문경영인과의 간담회에서 "총수 일가는 각 그룹의 핵심 주력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비주력회사나 비상장사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법률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범규준을 만들어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