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2002년생, 2017년생(2)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2018.05.09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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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것’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것’을 만들 수는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교하게 짜달라고 당부했지만 지난 1일 교육부가 발표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의 근거는 부실했고 결과는 ‘정치적’일 순 있어도 ‘정치’(精緻)하진 못했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교육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한 범정부 태스크포스는 행안부의 주민등록 통계와 통계청의 ‘2016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수급계획을 만들었다. 앞의 것은 현재는 보여주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뒤의 것은 당시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실제가 더 나빠 생명력을 잃었다. 이를테면 2020년 출생아 수 36만명, 합계출산율 1.10명으로 봤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명대, 합계출산율은 1.05명이었다.



그런데 정부 수급계획은 초등학생 학령인구를 2030년 229만8000명으로 가정한다.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인 210만1000명보다 20만명 가까이 많다. 이 정도면 수급계획도 달라져야 한다. 혼인건수가 2012년부터 6년째 줄어 출생아 수가 더 감소하는 건 확정적이다. 지난 칼럼(2018년 3월30일자)에서 언급했듯 출생아 수 40만명대인 2002년생과 30만명대인 2017년생이 학령인구와 교원수급에 주는 영향은 파괴적이다. 예컨대 2017년 중·고생은 2015년 중·고생보다 거의 30만명 적었다. 2015년의 학생 수로 미래 교원수급을 짤 수 없다는 얘기다. 2017년생이 초등학생이 되는 2024년과 중1이 되는 2031년을 대비할 순 없다.

같은 맥락에서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평균치에 못 미치므로 교사를 더 뽑아야 한다는 주장은 공허하다. 국가교육통계센터(총리실 산하 교육개발원 소속)에 따르면 지난해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등 14.5명, 중등 12.7명, 고등 12.4명이다. OECD의 최근 평균치(2015년)는 초등 15명, 중등 13명, 고등 13명이다. 이미 OECD 상위권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수급계획대로라면 올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 16.4명, 중등 12.1명으로 중등은 올해 OECD의 2015년 평균치에 다다른다. OECD의 2015년 합계출산율은 1.68명, 한국은 1.24명이었다. 교사 수를 그대로 둬도 한국이 OECD 최상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한 가지 짚을 점은 초등의 경우 수급계획과 국가교육통계센터 간에 차이가 크다. 두 통계 중 하나는 엉터리가 된다. 자칫 지난해 서울시 초등교사 선발인원 축소에 따른 파장을 의식해 숫자를 ‘마사지’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초등교사는 올해 4088명을 비롯해 2019년 3940~4040명, 2020년 3910~4010명, 2021년 3880~3980명을 뽑는다. 2018학년도 교대 입학정원 3847명보다 더 많다. 적체된 임용시험 불합격자를 해소하면서 교대생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광화문]2002년생, 2017년생(2)


아무튼 수급계획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초등은 정년퇴직자 3만484명보다 많은 4만6598~4만9748명을 선발한다. 대신 2만8005명을 명예퇴직(명퇴)시킨다. 중등은 같은 기간 4만7888~5만1178명을 채용한다. 역시 정년퇴직자 4만3782명보다 많다. 남는 교사 2만8022명은 명퇴 대상이다. 청년교사는 뽑고 중장년교사는 내보낸다는 것인데 교대 정원, 나아가 공공부문 채용확대라는 공약과 국정과제가 먼저고 학령인구는 나중이었다는 인상을 준다. 잊지 말아야 할 건 박근혜정부도 청년일자리와 공공부문 채용확대라는 공약을 내걸었고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데도 2012년과 2018년의 교대 정원이 같도록 방치했다는 점이다. 전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부담을 떠안고 새 정부가 공약과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처지는 잘 안다. 그렇지만 의미 없는 것을 의미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수급계획은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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