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성폭행·은처자… 성(性)스러운 종교계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5.0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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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수년 전부터 종교계 타락 문제 화두… "성직자와 신자, 선후배 성직자 간 권위주의적 구조 때문"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성스러운 종교계에서 연일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은처자(숨겨둔 처자식)에 유흥업소, 성폭행까지 사안도 심각하다.

지난 1일 한 방송은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76)의 은처자 의혹을 제기하며 종교계 타락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설정스님이 한 여승과의 사이에서 딸 전모씨를 낳았고, 그 뒤 전씨가 설정스님의 큰형과 여동생, 둘째 형 등의 집으로 계속 전입신고를 하다가 의혹이 커져 캐나다로 출국했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해인사에서 주지스님을 지낸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성추문 문제도 불거졌다. 신도 A씨는 2005년 해인사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가 현응스님과 함께 술을 많이 마셨고, 모텔에 가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현응스님이 "손만 잡고 자겠다"며 침대 옆자리에 누울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인사 스님들의 회식자리에서 현응스님을 만났다는 B씨도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B씨는 "러브샷을 하자고 해 분위기상 했다. 그런데 그 뒤에 현응스님이 '이거는 안주다'라면서 입에 키스를 했다"고 말했다. 현응스님이 해인사 주지로 있었던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법인카드 내역에는 유흥주점과 고급 호텔에서 거액을 결제한 내역들도 고스란히 담겼다.

불교계의 성추문이 충격적인 것은 최근 개신교, 천주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기 때문. 이에 종교계 전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달에는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의 상습 성폭행 문제가 불거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해당 교회는 신도수가 13만명에 이르는 대형교회로, 이 목사는 1990년대부터 2015년까지 여성 신도들을 수십년간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신교는 이미 스타목회자 전병욱 목사가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 재직하던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성추행을 저질렀던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천주교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속해 활동했던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가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한 신부가 7년 전 봉사활동을 간 남수단에서 여성신자를 성폭행하려던 사실이 폭로되면서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종교계 타락문제가 화두였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자 최고위급 성직자인 교황청 재정국장 조지 펠 추기경은 1970년대 모국인 호주에서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뒤늦게 기소됐다. 같은 해 독일 가톨릭 소년합창단 학교에서는 1945년부터 1990년까지 60년간 540명의 소년 단원 학생들이 사제와 교사들로부터 신체적 학대와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스위스 일간지 '르 마탱'이 스위스 주교회 통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스위스의 가톨릭 교회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은 보고된 것만 250건이다.

2016년 6월 일본에서는 3대 사찰 중 하나인 젠코지에서 주지스님이 사찰서 일하는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저질러 사퇴권고를 받기도 했다.

종교계에서 성 관련 추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성직자와 신자, 선후배 성직자 간의 권위주의적 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잡지 '종교문제' 편집장 오가와 간다이씨는 "절 등 종교시설은 외부인들이 마구 들어갈 수 없는 폐쇄사회인데다 이른 아침 일어나 엄격하게 수행하는 등 군대 같은 권위적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신자에게 성직자가 절대적인데다 선후배 성직자 간에도 위계질서가 뚜렷하기 때문에 권력기반 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은폐도 쉽다는 것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관계자는 "성 관련 문제는 대부분 권력문제로, 교회는 성도와 목회자, 전도사와 목회자 등 권력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목회자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형사적 문제로 바라봐야 성폭력 문제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야만 피해자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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