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거주하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인테리어 공사 견적서'가 나왔다. /사진=김영상 기자
하지만 자택에서 나온 인테리어 공사 견적서에 주방가구, 카펫 등 구체적인 소품 비용까지 담긴 점을 고려하면 조 회장과 이 이사장이 관련 내용을 세세히 챙겼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30일 머니투데이는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 견적서’를 입수했다. 6개 인테리어업체의 공사 견적서는 모두 2014년 1월에 작성됐다. 견적서에는 의자, 카펫, 쿠션 매트, 주방가구, 금고서랍장 등의 규격과 수량, 단가 등이 적혀있다.
지난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청 특수수사과 역시 비슷한 자료를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 과정 등에서 확보했다. 하지만 당시 조 회장의 자택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에 자택에서 관련 문서를 직접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자택에서 나온 6개 업체 견적서 중 5곳은 수신인이 모두 ‘대한항공’이고 1곳은 ‘평창동’이었다. 블라인드 인테리어 공사 견적서의 참고사항에는 ‘대한항공에서 지정해준 색깔과 재질로 설치하는 조건’이라는 문구도 나왔다. 대한항공에서 평창동 자택공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취재진의 확인결과 견적서를 작성한 업체 중 일부만 실제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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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테리어 공사는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진행됐는데 조 회장 등은 공사비용 총 70억원 중 30억원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영종도 H2호텔(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비용으로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회장이 자택 내부 공사에 계열사 자금이 들어간 것을 알고 범행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이 두 번 모두 영장을 반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30억원이 계열회사에 전가된 사실은 인정되나 조 회장이 비용 전가 사실을 보고받았거나 알았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조 회장과 이 이사장, 대한항공 조 모 전무, 인테리어 업체 대표 장모씨 등 4명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아직 이 4명을 기소하지 않았다. 이들과 별개로 일찌감치 기소된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만 횡령혐의로 이달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자택에서 이처럼 구체적인 공사 견적서 등 관련 서류가 나온 만큼 ‘(문제된) 비용이 어디서 나왔는지 몰랐고 지시한 적도 없다’는 조 회장 측 주장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40억원의 공사비용을 챙겼던 조 회장 부부가 나머지 30억원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과정에서 조 회장에게 비용 전반을 보고했다는 공사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갑질과 밀수·관세 포탈 의혹을 받고 있는 조 회장 일가는 최근 이 이사장의 해외 명품 구입 내역 등의 서류와 함께 취재진이 입수한 이번 공사 견적서도 자택에서 없애려 했다.
조 회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은 공사비 중 문제가 된 30억원만 몰랐을뿐 개인비용으로 부담한 40억원은 내역을 알고 있었고 인테리어 견적서도 여기에 해당한다"며 "자택에서 이같은 서류가 나왔더라도 이상할게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