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지나 블록체인 시대 온다"…규제일변도 韓, 태도 바꿔야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8.05.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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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키플랫폼]페리 하 드레이퍼아테나 창립자 및 매니징 디렉터 인터뷰

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창립자/사진=김창현 기자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창립자/사진=김창현 기자


"나는 중국이 점점 더 두려워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리스트(VC) 페리 하(Perry Ha) 드레이퍼아테나 창립자가 미래를 주도할 신기술 '블록체인'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국가 주도의 육성책과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을 기반으로 한 자생력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중국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의 주도 국가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블록체인=비트코인=투기자본'이라는 단편적인 도식 아래 ICO(가상화폐공개) 금지 등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한 탓에 신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통로가 원천봉쇄됐다고 그는 판단했다. 이어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한국은 머지 않아 디지털 경제 시대의 낙오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6개월만 뒤쳐져도 간극을 메우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큰 격차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그는 "중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산업이 한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오른 지금 블록체인 산업까지 내준다면 한국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19일과 20일 양일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포럼 '2018 키플랫폼'(K.E.Y. PLATFORM 2018) 현장에서 하 창립자를 만나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시대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다음은 페리 하 창립자와의 일문일답.

-블록체인 기술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경제 시대의 가속도를 붙이는 코어기술이다. 한 기업에 집중됐던 정보가 원래의 주인인 개인들에 분산됨으로써 이들이 직접 자신의 정보를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모든 유저들이 참여할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일례로, 페이스북을 보자. 각 유저들이 텍스트나 동영상 등 콘텐츠를 제작해 페이스북에 게시하지만 이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페이스북이란 기업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처럼 중앙집중화된 정보를 원래의 주인에게 분산시킨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은 작년 말부터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다가 금세 식었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어든 모습인데.
▶지난해 ICO를 통해 가상화폐 1000여개가 나왔다. 그리고 500여개 해지펀드가 ICO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정보가 빠른 속도로, 꾸준히 확산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하는 가상화폐로 몰렸고 이에 따라 과열이 발생했다. 향후 1~2년간 시장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블록체인 산업이 망한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가 경험한 인터넷 시대로의 전환기를 떠올려보라. IT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닷컴버블'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회사들이 도산하기도 했지만 관련 기술은 살아남았고 오히려 더욱 발전해 인터넷 시대로 전환했다. 블록체인도 이와 같은 과정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ICO 금지 등 각종 정부 규제가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ICO를 금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1%의 소비자를 위해 99%의 이노베이션을 막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소비자를 보호해야한다는 명목으로 ICO를 금지한다. 하지만 투자와 선택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 스스로 지는 것이다. 그걸 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려고 하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오롯이 자신의 판단으로 투자해놓고 나중에 손실을 보면 정부가 미리 나서서 예방 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둥 화살을 돌린다. 이런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의 신기술이다.

-VC입장에서 ICO가 허용되면 오히려 입지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
▶물론 가상화폐 스타트업이 ICO를 통하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VC로부터 투자 받는 것보다는 다소 수월할 수도 있다. ICO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VC에게서 투자받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 너무 어린 나이에 큰 돈을 만지게 되면 대개는 초심을 잃게 마련이다. 그 리스크가 생각보다 크다. 결국 시장 원리에 따라서 ICO와 VC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상생관계를 구축해나갈 것으로 본다.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 정부는 ICO를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은 ICO를 싱가포르, 스위스 등 한국 밖에서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다. 이들 국가는 ICO를 허용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누리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밖에 나라들은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현 단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발전 가능성까지 차단해선 안 된다. 한 국가의 미래 번영은 얼마나 블록체인 같은 탈중앙화 흐름을 잘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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