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도보다리 위 30분 Live…전 세계를 향한 무언의 메시지?

머니투데이 판문점 공동취재단, 김하늬 기자 2018.04.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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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남북이 한반도 주인공 상징…판문점 선언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명시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남과 북 양 정상은 이날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2018.4.27/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남과 북 양 정상은 이날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2018.4.27/뉴스1


2018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남북 정상이 전세계에 라이브(Live)로 한반도 비핵화를 천명한 '판문점 선언' 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본 광경은 따로 있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 둘만 나선 도보다리 산책이다.

27일 오후 4시35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배석자 없이 판문점 자유의 집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도보다리로 향했다. 청와대는 '친교산책'이라고 명명했지만 사실상 오전 첫 번째 정상회담에 이은 두 번째 정상회담이었다.



50여 미터의 파란색 도보다리를 함께 걷던 두 정상은 다리 끝에 마련된 벤치에 마주보고 앉았다. 머리위로 따뜻한 봄볕이 쏟아졌고, 테이블 위엔 목을 축이기 위한 차가 놓여져 있었다.

두 정상은 이후 30분간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주로 문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면 김 위원장이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종종 손 동작을 곁들이며 무언갈 설명하는 듯 했다. 때로 차를 마시며 김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왼 손을 쭉 펴 테이블을 잡기도 하고, 왼쪽 다리를 폈다가 접는 모습, 안경을 고쳐쓰는 모습도 포착됐다.



마치 유리벽이 놓인 듯 했다. 전 세계는 생방송으로 두 사람의 '모습'만 지켜봤다.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새가 지저귀는 소리,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취재진 소리만 스피커를 채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도보다리 산책 생중계는 '방송 사고' 가 아니었다. 더 강력한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했다.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남북 분단의 상징 '판문점' 위에서, 분단의 당사자인 남북 정상의 독대는 '한반도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라는 상징을 간결하게 각인시켰다.


문 대통령은 항상 "북핵 문제는 우리 한반도의 문제다. 우리가 그 문제의 주인이고 당사자다.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날 오전 정상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도 문 대통령은 "오늘의 주인공 김 위원장과 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깊은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 공동 발표석에 서서 "마주치고 보니 북과 남은 역시 갈라져 살 수 없는 형육이고 동족이라는 걸 가슴물클하게 절감했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이날의 만남과 판문점 선언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위대한 역사는 저절로 창조되고 이룩되지 않으며 그 시대 인간들의 성실한 노력, 뜨거운 숨결의 응결체다"며 "외풍과 역풍도 있을 수 있고 좌절과 시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통 없이 승리가 없듯이, 시련 없이 영광이 없듯이, 언젠가는 도전을 이겨내고 민족의 진로를 헤쳐간 날들로 즐겁게 추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문점 선언은 두 정상의 민족 자주 의지를 명문화 했다. 선언 1조 1항은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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