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벼랑 끝에 몰린 청년실업

머니투데이 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04.2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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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벼랑 끝에 몰린 청년실업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한다. 지난 3월의 청년 실업률은 11.6%로 3월 기준으로 199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체감 실업률은 24%나 된다.

글로벌 경제가 호전되면서 경쟁국들은 앞다투어 고용을 늘리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2000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 2월의 일본 실업률은 2.5%로 완전고용 상태다. 독일은 5.3%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 또한 빠르게 해소되는 양상이다.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4.6%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9.2%에서 대폭 낮아졌다. 1인당 취업 가능 수치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배율은 1.59다. 대학 졸업생 취업 내정률이 91.2%로 우리나라의 67.7%와 크게 대조된다.



고용쇼크는 지난해 16.4% 상승한 최저임금의 후폭풍과 무관치 않다. 청년 취업이 많이 이루어지는 도·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은 14% 수준이다. 80% 이상이 3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수지를 맞추기 위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저임금 근로자 중 빈곤층 비율을 약 35%로 산정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문제 해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고용상황만 악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된다. 현재 논의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급격한 인상을 자제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 독일이 시간당 8.5유로 최저임금 도입 이후 약 24만명의 미니 잡이 사라진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유연화가 제고되어야 한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빠르게 고용을 회복한 것은 유연한 노동시장에 힘입은 바 크다. 800억달러 넘는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파산을 면한 제너럴모터스와 크라이슬러는 이중임금제 실시로 과도한 노동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차종 출시, 연구·개발 지출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것이 재건의 일등공신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올인하는 것은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하지 못하면 프랑스가 직면한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3300페이지 넘는 경직적인 노동법 개정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프랑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양상이다. 시장친화적 노동개혁이 새로운 성장전략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결국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한결같이 친기업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투자 활성화→고용확대→소득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감세를 단행한 것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환경·금융·노동부문의 규제를 대폭 혁파한 것도 과도한 규제비용으로 인해 투자를 기피하는 풍토를 개선하려는 승부수다. 일본의 저성장 해법은 한마디로 ‘기업인 기(氣) 살리기’로 요약된다.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제조업체의 부활이 뚜렷하다. 과거 일본주식회사의 영광을 상징한 소니, 파나소닉, 히타찌, 토요타 등의 경쟁력이 되살아났다. 하르츠 개혁으로 상징되는 독일의 유연한 노동정책이 견실한 성장을 이끌었다. 결국 청년 일자리는 기업 투자마인드와 유연한 노동시장이 결합할 때 창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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