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서울중앙지법은 차병원이 A씨에게 퇴직금, 치료비, 간병인 비용, 위자료 등을 합산해 1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배우 한예슬. 지방종 제거 수술 후 왼쪽 겨드랑이 아래 옆구리에 큼지막한 화상이 남았다. 한씨가 SNS에 두차례 사진과 함께 차병원 과실을 폭로했다. 차병원은 그 때마다 사과와 함께 보상, 원상회복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예슬 의료사고'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의료사고 후속조치에서조차 '계급'이 존재한다는 씁쓸함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크고 작은 의료사고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자괴감으로 번진다.
안타깝지만 이 자괴감은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된다. 의료사고 후 조치에서 한국은 매우 취약한 나라다. 뉴질랜드의 경우 '의료과실' 개념이 없다. 따라서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 사회보험으로 피해 보상을 해준다. 또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환자와 소통해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은 의사회가 소속 의사들로부터 회비를 걷어 보험에 가입한다. 회원인 의사가 손해배상청구를 받으면 우선 보험처리를 한 뒤 과실 여부를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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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있긴 하다. 그러나 피해자의 중재신청에 의료진이 응하지 않으면 그대로 끝이다. 강제성이 없다. 피해자들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 결과 2016년 1665건 신청 중 병원이 응한 건 631건(37.9%)에 불과하고 이 중 합의된 게 376건(59.6%)밖에 되지 않는다.
소송도 녹록하지 않다. 1심만 2~3년이 걸린다. 상고심까지 5년은 기본이다. 수백만원 변호사 비용까지 치르면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다. 치료비 부담이 큰 것도 문제지만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훼손됐을 때 충격은 비할 게 없다. 의료사고 후 실효성 있는 보상과 치료 방안 마련이야말로 문재인 케어의 완성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