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각축전‥최순실 맞선 황은연 복귀설도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8.04.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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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승계 카운슬 1차회의 후 2~3월 내에 선출 예상…전현직 내부인사들 '왕좌의 게임'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인환 포스코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사진=머니두에이 DB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인환 포스코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사진=머니두에이 DB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으로 자리가 빈 회장직을 두고 내부출신 후보들 사이의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됐다.

일단 포스코 안팎에선 신임 회장은 내부 출신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권 회장의 사퇴에 현 정부가 입김을 넣은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고 있어 정부도 관치논란을 피하기 위해 간섭을 최소화할 거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3일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의 후임 선출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발굴시스템인 'CEO 승계 카운슬(council)'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포스코는 독립적인 회장 선출의 공정성을 도모하고 각종 세력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사내외 이사로 구성하는 승계 카운슬 제도를 2013년에 도입했다. 이 구조에 의하면 권 회장과 사내이사 5명이 참여해 후계를 물색할 수 있지만 후보 선정 절차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권 회장은 승계 카운슬에서 빠지기로 했다.

일단 승계 카운슬은 대략 10~20명의 내외부 인사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에 나선다. 이 명단을 CEO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하는데 그 과정에는 사외이사 7명도 전원 참여한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추천 인사들을 대상으로 자격심사와 면접을 진행한다. 최종 1명의 후보로 압축해 이사회에 보고하면 이사회가 재검증을 한다. 포스코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다.

이사회에서 단독으로 선출된 후보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먼저 선출돼야 한다. 포스코는 이후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로 선출된 후보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한다. 새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2~3달 동안 절차가 진행된다.

포스코 안팎에선 여러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회사 안팎에선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조직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내부 인사가 회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포스코 역대 회장 가운데 1994년 김만제 전 회장이 외부출신 인사로 꼽히지만 이후로는 내부출신이 계속돼왔다.


내부 출신 인사 가운데 유력 후보로는 2~3인이 하마평에 오른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황은연 전 사장이다. 1987년 입사한 황 전 사장은 마케팅본부장(2011)과 계열사 포스코에너지 사장(2014)을 거쳐 포스코 사장(2016~2017)을 역임한 인물이다.

황 사장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이후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조명받은 포스코 임원이다. 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부당한 배드민턴단 창단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황 사장은 그러나 수사 이후 포스코 내부 인사에서는 수혜를 입지 못했다. 권 회장이 지난해 2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황 전 사장을 사실상 한직이나 다름없는 포스코인재창조원장으로 발령내 가시권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황 전 사장이 회장이 될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권 회장이 사퇴한 자리에 정권 부역을 물리친 인물이 귀환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도 있다.

현직 가운데선 오인환 포스코 사장(철강부문장)과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거론된다. 전직으로는 김진일·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김진일 전 사장은 2014년 권 회장과 포스코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한 인물로 권토중래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광양제철소장을 지낸 김준식 전 사장은 일진제강 전 대표를 역임해 친정 복귀가 가능한 인사로 꼽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KT처럼 개혁을 위한 제3의 외부 인물이 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크지 않다"면서 "갑작스러운 권 회장의 사퇴로 내부 인사를 중용하자는 목소리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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