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한반도 신경제지도

머니투데이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원장 (단국대 교수) 2018.04.12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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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한반도 신경제지도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오랜 적대가 누그러들면 그 자리엔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한 새 기운이 솟을 것이다. 경제협력과 인적교류의 전면화는 그 첫 장면이 된다. 남과 북 모두가 가장 절실히 갈구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이를 위해 그려놓은 청사진이 ‘한반도 신경제지도’다. 이는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구상이다. 남북경협을 통해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한의 경제도 적절한 수준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되면 남북은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하나의 시장’ 형성과 ‘3대 경제협력벨트’ 구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시장’ 형성은 경제공동체 건설 그 자체면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목표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3대 경제협력’ 구축사업을 실행하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하나의 시장’은 1차적으로 소비재시장을 중심으로 남북한 공동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전제한다. 시장논리에 따른 소비재의 생산·유통이 확대되면 북한 경제의 체질도 조금씩 변하게 되어 언젠간 한반도가 하나의 공동시장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북한 소비재 생산부문에 대한 합영 및 합작투자, 우리 상품의 북한 소비시장 진출 확대, 소비재 부문의 남북 공동생산 및 유통체계 통합, 대북 지원 및 기술협력을 통한 북한 자본재시장 진출 확대, 시장통합을 위한 산업의 표준화 등이 구체사업이다.



‘3대 경제협력벨트’는 남북 경제협력의 하드웨어를 실제 구축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경제협력의 거점을 구축하고 연계하는 구체적인 협력사업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동해권 경제협력 벨트다. 남측의 끝인 부산에서 북측의 끝인 나진을 잇는 환동해벨트는 벨트에 놓인 남북의 산업공간(나진, 청진, 원산, 울산, 부산 등)을 묶어 에너지·자원벨트로 특성화한다. 둘째는 서해권 경제협력벨트다. 이 또한 남측 끝인 목포로부터 북측 끝인 신의주를 잇는 벨트상의 주요 산업공간(예: 신의주, 평양, 남포, 개성, 서울, 인천, 군산, 목포 등)을 묶어 산업·물류·교통벨트로 조성된다. 셋째는 동해·DMZ지역 평화협력벨트다. 한반도의 중간허리인 DMZ를 따라 동서벨트를 조성해 평화·환경·관광벨트로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시장형성’과 ‘3대 경제협력벨트의 구축’이 조화롭게 추진된다면 한반도는 남북의 공동번영을 넘어 세계 자본주의를 선도하는 새로운 성장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청사진에 불과하다.



신경제지도가 현실화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과 전제가 지켜져야 한다. 첫째는 ‘2개의 국가시스템’을 상수로 두고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의 시장형성과 협력벨트가 조성되어야 한다. 어느 한 측의 주도나 시혜적 접근은 금물이다. 둘째는 남북교류의 최대 활용이다. 통일 이전의 독일 경험을 되살리면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와 민간주체(기업과 시민)가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여럿 만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신뢰를 쌓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아주 중요하다. 넷째는 신경제지도는 통일 이후 전체 그림에서 그려져야 한다. 통일을 위한 초석용으로 신경제지도의 유용성을 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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