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김기식 금감원장이 자리를 지킨다면…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8.04.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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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1999년 금융감독원 출범 이후 금감원장이 이렇게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경우가 있었을까. 김기식 금감원장이 취임 일주일만에 벼랑 끝에 섰다. 야당은 연일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하라'고 소리친다. 청와대는 매일 대변인이 나서서 해명하고 반박한다.

'금감원장의 자격'이 정치 이슈로 번진건 선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건수 하나 잡은' 야당은 절대 놓지 않을 태세다. '여성 비서', '인턴 고속 승진', '황제 출장' 등 자극적 단어를 동원해 부도덕성의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방어에 나선 청와대는 "민정수석이 재검증했지만 문제없다"며 금감원장에 조국 수석의 거취까지 걸었다. 관망하던 여당 의원들도 동원돼 '김기식 구하기'에 한창이다. '금감원장의 연타석 아웃'은 치명타라는 위기감이 느껴진다.



'유령배당 사건'에 휘말린 삼성증권이 '삼성 저격수' 김 원장을 도와주고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지만 피감기관의 돈으로 출장다닌 김 원장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이상 '금융권에 불났으니 이쯤에서 정리하자' 정도로 타협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김 원장이 직을 지킨다면 이후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그가 금감원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면 취임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감독의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다. 도덕성에 난 흠집은 선명성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조짐도 보인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유령배당 사건을 희대의 금융사고로 규정하고 최고 수위의 제재를 예고했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시장을 안정시키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던 금감원이 검사에 앞서 지난 9일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발표문에 적힌 금감원의 입장을 '김기식 금감원장이 이렇게 지시했다'로 읽었다.

금감원은 이어 김 원장이 부원장들과 회의에서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의 고금리대출을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며 보도참고자료를 뿌렸다. 금감원이 매주 화요일 열리는 임원회의 때 금감원장의 지시사항은 수시로 배포했지만 부원장 티타임 내용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김진형 금융부김진형 금융부


10일엔 증권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삼성증권 사태를 또 한 번 질타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캐피탈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에 착수한다는 발표도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에 대해선 이미 검사를 진행했고 관련 의혹도 확인했다며 검사 계획이 없다던 입장이 하룻만에 뒤집혔다.

금감원이 국민들에게 예민하게 다가오는 대출금리와 채용 문제를 또 다시 들고 나온 건 순수한 의도일까. '김기식 사태'의 영향은 이미 금융권에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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