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10년 뒤인 2016년 손 회장을 보는 세계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래에 베팅한 미친 남자’라 불리기 시작했다. 손 회장은 60세 생일이 되는 날 은퇴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이를 1년 앞둔 2016년 번복했다. “욕심이 생겼다. 엄청난 패러다임 시프트의 새로운 비전을 보았다. 내 소임이 아직 덜 끝난 것 같다.”
이때부터 손 회장은 자신이 말한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빅픽처’의 포석들을 정조준해 사들이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차량공유, 자율주행, 반도체, 전자상거래, 인공위성 통신, IoT(사물인터넷), 로봇 등 분야는 달랐지만, 핵심기업들을 손에 넣은 뒤 ‘미래’라는 키워드로 연결했다.
손 회장은 또 기술을 지배하는 기술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인터넷 다음은 모든 것이 인공지능으로 연결되는 IoT”라며 미국 그래픽카드(GPU) 제조업체 엔비디아에 투자했다. 엔비디아의 GPU는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인 딥러닝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그는 또 “정보혁명 다음은 로봇혁명”이라며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로봇회사들에도 투자했다. 소형위성 900개를 띄워 통신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미국 인공위성 통신망 서비스 원웹에도 투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소프트뱅크가 지금까지 출자한 기업은 800여곳. 지난해 5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10조엔(약 100조원) 규모의 기술투자펀드(비전펀드)도 만들었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회견에서 “10조엔이 2년 정도 지나면 고갈될 것”이라며 “100조엔 규모의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투자한 회사들은 모두 연결이 된다. 로봇회사들이 개발하는 자율주행로봇은 전자상거래회사의 물류창고에서 사용된다. 반도체설계회사 ARM의 목표는 전 세계 1조개의 IoT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것인데 여기엔 엔비디아의 딥러닝 기술이 탑재된다. 원웹의 인공위성 통신망은 이 IoT가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손 회장이 구상하는 단일의 차량공유 플랫폼과 우버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에는 엔비디아와 ARM이 개발한 딥러닝 칩이 탑재된다. 월마트가 우버의 차량서비스를 활용한 식료품 배송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손 회장이 이를 통해 미국에서 아마존과 정면으로 맞설 거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점→선→면 전략’이자 ‘군(群)전략’이다. 서로 다른 모델의 독립적 기업들에 투자한 뒤 이들을 자본관계로 결속하고 종국에서 차량공유, 자율주행, 전자상거래 각각의 플랫폼을 한꺼번에 지배하는 거대 IoT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손 회장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가 인류 최대 패러다임 시프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플랫폼의 권력자는 소프트뱅크가 된다. 플랫폼을 장악해 그 제국의 ‘게임의 룰’을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 읽어주는 MT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