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망아지, 글로벌 '유니콘'으로 키운다[혁신벤처요람]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8.04.0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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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벤처요람 '액셀러레이터'-<1>SBA]①27명 VC가 5단계 깐깐 심사...'후속투자 보증수표'

편집자주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 클라우드서비스 드롭박스, 지불결제서비스 스트라이프.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창업 2~3년 만에 몸값 1조원이 넘는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한 이들 기업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가 배출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국내에도 와이콤비네이터처럼 창업자금부터 사무공간, 시제품 개발, 마케팅,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에 '액셀'을 달아주는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한국형 혁신창업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공공·민간부문의 대표 액셀러레이터들을 소개한다.

될성부른 망아지, 글로벌 '유니콘'으로 키운다[혁신벤처요람]


#결제정보기반 로컬커머스 ‘쉐어앳’을 개발한 누벤트는 한 번도 받기 어려운 기관투자자의 후속투자를 최근 3년간 네 번이나 받았다. 창업 초기인 2015년말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소상공인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이후 SBA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누벤트는 SBA를 비롯해 삼성벤처투자, 펀플웍스 등에서 후속투자를 유치하는 데 잇따라 성공했다. 국내 최대규모의 스타트업 전문투자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SBA가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SBA는 서울 상암동과 삼성동에 2개의 액셀러레이팅센터를 운영한다. 현재 이들 센터에는 누벤트를 비롯, 총 22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특히 이곳에는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VC) 등 스타트업 전문투자자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센터에서 매주 운영하는 투자자 네트워킹 프로그램 ‘인베스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센터 내에서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교류할 기회가 많다. SBA의 액셀러레이팅센터가 스타트업간에 ‘후속투자 보증수표’로 통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센터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이 많지만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우선 스타트업 전문투자자의 추천을 받아야만 신청 가능하다. 이후에도 5단계에 걸쳐 27명의 VC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고봉진 SBA 창업본부장은 “투자업계에서 내로라하는 30여개 기관이 심사에 협력한다”고 말했다.

될성부른 망아지, 글로벌 '유니콘'으로 키운다[혁신벤처요람]
SBA가 스타트업 지원을 추천식으로 전환한 것은 2016년 4월부터다. 사업모델은 탄탄하지만 시리즈A 투자유치가 어려운 기업가치 20억~5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이 추천대상이다. 추천받은 스타트업은 매월 40~50개 정도지만 이중 5단계 심사를 통과하는 것은 2~3개뿐이라고 한다. 고 본부장은 “5단계에 걸친 VC의 심사과정이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 과정에서 보강할 점이나 개선할 점에 대해 피드백이 이뤄지는 등 실질적인 멘토링이 이뤄진다”며 “특히 심사과정 자체가 더 많은 VC에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센터 입주자격이 부여되며 최대 2억원의 자금이 지분투자 형식으로 지원된다. 특히 SBA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 스타트업이 필요한 자금과 지원을 적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SBA는 지난 2년간 800여개의 스타트업을 추천받았으며 올 3월까지 총 62개 기업을 선정, 72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또 SBA를 통해 후속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2016년 18개사, 95억원에서 지난해 28개사, 22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최근 6개월 이내에 투자한 기업을 제외하면 후속투자율은 70%에 달한다.

SBA를 통해 성장한 대표 스타트업으로는 누벤트와 다비오가 꼽힌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센터 입주를 통해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천식 누벤트 대표는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이곳에선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많다”며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누군가와의 30초가 기업의 상황을 180도 변화시키는 일도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SBA 액셀러레이팅 센터(강남점) 입주기업 대표들/사진제공=SBASBA 액셀러레이팅 센터(강남점) 입주기업 대표들/사진제공=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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