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 한국GM 불법파견 덮나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8.04.06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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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부, 한국GM 불법파견 덮나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월급은 절반에 못 미치는 근로자들이 있다. 희망퇴직을 하면서 받는 위로금은 20분의 1도 안 된다. 수차례 법원으로부터 해당업체의 직원이 맞다는 확인을 받았지만,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바로 한국GM 사내하청 근로자들이다.

대법원은 2013년, 2016년 이들이 한국GM 근로자가 맞다고 판결했다. 이들을 불법파견 상태로 방치한 전 경영진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선고했다. 최근 인천지법의 판결도 이들의 근로자 지위는 확실해졌다.



이런 터라 지난 1월 완료된 한국GM 창원공장 근로감독은, 이곳의 사내하청 723명과 부평·군산공장의 사내하청 5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직접고용 명령은 근로감독 세 달이 지나도록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무조정실이 고용부의 발표를 늦추도록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와 GM이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부평공장 신차배정과 투자계획에 대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불법파견’으로 정부가 판단할 경우 추가적인 비용 부담 때문에 GM이 한국사업을 모두 접고 철수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 실제 협상에서 가장 큰 관건이 불법파견이라고 한다.

정부가 한국GM의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했음에도 그보다 투자를 얻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것은 협상에 마이너스가 된다. 그래서 정부는 “NCND”라며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해서 불법을 눈감아주는 것은 안 된다. GM과의 협상에 나선 산업부 역시 언급을 꺼릴 게 아니라 오히려 이 문제를 먼저 의제로 삼아야 한다.


GM이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 영위하려면 신차배정보다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국내법을 존중하는 것이다. 당장의 협상 때문에 GM의 불법파견에 대해 판정을 미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불법은 불법이고 협상은 협상이어야 한다. 정부가 당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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