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질범 잡은 경찰 "우유 건네며 칼을 '탁' 쳐"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김영상 기자 2018.04.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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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1시간' 끝낸 파출소 경찰관 "아이가 목마르니 우유 마시게 하자"고 설득

2일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방배초등학교 정문 앞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모여있다. /사진=김영상 기자<br>
2일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방배초등학교 정문 앞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모여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대낮 인질극 피의자를 서울 방배경찰서 이수 파출소 경찰관이 기지를 발휘해 붙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를 체포한 정근하 이수파출소 1팀장(경위)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피의자 A씨(25)가 인질로 잡고 있던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에게 먹일 우유를 건네는 도중에 흉기를 든 피의자 손을 쳐서 붙잡았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정 경위는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범행 시각이 점심시간인 점 등을 이용해 인질범 설득에 나섰다.



정 팀장은 "아이가 배고프고 목마르니 빵과 우유를 사다 주면 안되냐고 설득해 빵을 먼저 건네 먹였고 뒤이어 우유를 종이컵에 따라 대치하고 있던 근처 책상에 뒀다"고 말했다.

긴박했던 순간 인질범의 행동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며 기회를 엿봤다. 정 팀장은 "피의자가 종이컵을 집으려 흉기를 책상에 두려는 순간 근처에 있던 수첩으로 칼과 칼을 잡고 있던 손을 쳤다"고 말했다. A4 용지 크기의 딱딱한 업무용 수첩이었다. 정 팀장은 곧바로 흉기를 다시 잡으려는 피의자를 제압해 체포했다.



1시간 동안 피해 학생은 물론 1000여명(방배초 전교생)의 초등학생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인질극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날 "기자를 불러달라"며 초등학교 여학생을 칼로 위협한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인질극은 이날 오전 11시43분쯤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한 남성이 학생, 교사와 대치하고 있다"는 학교보안관의 112 신고로 알려졌다. A씨는 이 학교 4학년 여학생 B양(10)의 목에 칼을 대고 위협하며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A씨는 학교보안관에게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고 말해 정문을 통과했으며 교무실에 들어간 뒤 거기 있던 학생 5~6명 중 1명을 인질로 삼았다"고 말했다.

인질극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A씨가 검거된 것은 신고 시간으로부터 1시간여 지난 이날 오후 12시47분이었다.

피의자가 검거 과정에서 뇌전증(일명 간질) 증상을 보임에 따라 경찰은 검거 직후 인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으로 후송했다. 피해 학생은 중앙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피해 학생은 별다른 신체적 부상은 입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보호팀이 심리상담 등으로 피해자를 보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경위 등을 수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형법상 인질강요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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