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규제 명확한 기준 필요"…韓 찾은 이더리움 창시자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8.04.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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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릭 부테린 "가상통화 투기 열풍 비이성적".."3년내 블록체인 활용사례 다수 나올 것"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사진=김지민 기자/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사진=김지민 기자


“현행 제도권 규제 시스템에 가상통화(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을 끼워 넣는 건 맞지 않다. 가상통화공개(IC0)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24)이 2일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과 지디넷코리아가 공동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가상통화 규제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ICO를 비롯해 가상통화 정책에 있어 당국이 무엇을 권장하고 불허해야 할 지 확실한 원칙을 가져야 하며, 투자자들 역시 자신의 투자금이 어디에 쓰이는 지 알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태생 캐나다인 부테린은 프로그래머이자 작가다. 그는 2013년 비트코인보다 거래속도가 빠르고 스마트 계약 기능을 얹혀 금융 외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더리움’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는 이듬해인 2014년 포브스·타임이 공동 주관한 ‘월드테크놀로지 어워드’에서 당시 유력 수상후보로 올랐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제치고 IT 소프트웨어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그가 개발한 이더리움은 현재 비트코인과 함께 가상통화계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안정적인 대형 기업들이 ICO를 추진하는, 이른바 ‘리버스 ICO’ 유행에 대해 그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텔레그램, 코닥, 라쿠텐 등 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ICO를 추진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라인 등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자회사를 잇따라 설립한 것을 두고 향후 ICO를 염두해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는 “일부 합리적으로 보이는 프로젝트들도 있지만, 블록체인 업계는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코인에 대해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테린은 “지금은 블록체인 응용 사례가 금융 서비스에 국한돼 있고 사용자 편의성 부분에서 완벽하지 않지만 3년 내 블록체인 기술의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면서 좀 더 많은 활용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상통화를 투기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극도로 경계했다. 부테린은 “가상통화의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앞으로 상승할지 하락할 지 예측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대출을 받거나 과도한 재산을 가상통화에 투자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화폐는 중앙은행의 통제가 가능하지만, 가상통화는 그렇지 않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규제보다는 블록체인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테린은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 지원과 정부내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앱 서비스에 나선다면 생태계가 더 효율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열정 많은 젊은 세대가 블록체인을 이해하고 실제 개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테린은 ‘도덕적 해이’ 등 기존 ICO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이코(DAICO)’라는 새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탈중앙화된 분산조직(DAO)과 가상통화공개(ICO)를 합친 개념으로, 투자금을 어떻게 분배할 지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파악하고 결정할 수 있다.

그는 “ICO는 분산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 관리인의 지갑으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밖에 없는 중앙화 된 구조”라며 “다이코는 주식회사의 이사회처럼 투자자들이 자금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국회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인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지디넷코리아 김경묵 대표, 이더리움재단 아야코 미야구치 전무이사, 토마스 그레코 고문, 라이트닝 네트워크 고안자 조셉 푼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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