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소식을 알린 미국 백악관(사진 왼쪽)과 무역대표부(사진 오른쪽)의 자료. 백악관은 "한미 간의 외환 관련 논의는 한미FTA와 별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한 반면 무역대표부는 "한미FTA에서 외환 관련 합의가 이뤄졌고 양해각서 체결이 마무리단계"라고 소개했다 /사진=미국 백악관, 무역대표부 홈페이지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9일 "한미 FTA와 관련해 환율 문제를 연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거부했다"며 "환율은 FTA와 별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USTR 자료는)강력하게 항의했다"고도 했다.
기재부는 보도 직후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재무부와 외환분야 이슈에 대해 협의 중이지만 한미 FTA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USTR이 한미 FTA 협상의 결과물로 '환율 협정'을 게재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기재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IMF, 미국과 논의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걸 검토할 정도로 꽤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한미 FTA와 연계해 환율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았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 문제를 대외적인 협상의 대상으로 하는 건 국민 감정 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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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선 해묵은 이슈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은 예전부터 주요국의 환율 정책을 문제 삼았다. 일부 국가가 자국의 수출에 유리하도록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의혹이었다.
미국은 단순 의심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주요국의 환율정책을 평가하는 환율보고서를 내놓는다. 자신들이 정한 요건에 들어가는 국가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한다.
환율조작국 지정의 근거가 되는 미국의 법도 2개다. 경우에 따라 각각의 법을 적용해 자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지만, 요건과 상관 없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게 이론상 가능하다.
외환 당국으로선 매년 두차례 나오는 환율보고서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의 공개를 검토하는 이유다. 환율 정책의 투명성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면 의심을 피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환율 문제를 협상 테이블로 가져가길 원했다. USTR이 환율 문제를 자료에 거론한 건 그들의 '바람'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그러나 정작 한국과 환율 정책을 협의하고 있는 미국 재무부는 침묵하고 있다. 만약 한미 FTA와 환율 정책이 연계됐다면 발표의 주체는 통상을 담당하는 USTR이 아니라 재무부여야 한다.
미국 백악관도 이날 한미 FTA와 외환 관련 논의는 별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도 당혹스러워 한다"며 "USTR이 FTA를 타결하면서 성과를 내세우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