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몇 만원으로 유전자 편집…사회·윤리적 논의가 먼저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04.0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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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크리스퍼가 온다'…최초 개발자가 말하는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의 양면성

단돈 몇 만원으로 유전자 편집…사회·윤리적 논의가 먼저


지방이 적은 돼지와 근육이 많은 소, 병충해를 견디는 바나나 등 원하는 생물을 만들 수 있다. 암, 에이즈, 유전질환 등 현대 의학으로 고치기 어려운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 발명으로 인류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졌다.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개발되자 또다른 신세계가 열렸다. 크리스퍼는 이전 기술보다 훨씬 쉽고 빠르고 정교하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비용이 고작 단돈 몇 만 원 정도라는 것. 수천 만원대에 달하던 기존 기술과 차원이 다른 혁명이었다.



크리스퍼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는 동시에 세상을 위협하는 폭탄이 될 것이란 비판을 불러왔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혁신 기술이지만 오·남용시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책의 저자이자 크리스퍼를 최초 개발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캘리포니아내 버클리캠퍼스 교수 역시 크리스퍼가 가진 양면성을 똑바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특히 인간 세포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퍼 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한 실험이 이뤄졌고 과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책에는 기술 개발 과정과 적용 원리 등이 상세히 설명돼있다. 여성과학자로서 이뤄낸 성취에 대한 소회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는 기술이 가진 잠재력에 대한 논의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사회적·윤리적 논의를 촉구한다. 저자는 "이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 결정하는 일이야말로 인류가 대면한 적 없는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한다.



◇크리스퍼가 온다=제니퍼 다우드나, 새뮤얼 스턴버그 지음. 김보은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372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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