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펀드부터 SRI까지...정부 펀드에 한숨쉬는 운용사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8.03.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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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SRI 펀드에 들어온 자금 거의 없어..."관치 펀드 폐해" 보여주

녹색펀드부터 SRI까지...정부 펀드에 한숨쉬는 운용사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SRI(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쏟아졌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대 이하다. 일각에선 녹색성장펀드나 통일펀드처럼 정부에서 주도하다 청산되는 '관치펀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19개 SRI 펀드(주식형) 설정액은 1700억원이다. 연초 이후 이들 펀드에서 56억원이 빠져나갔는데 '마이다스책임투자 A1'에 287억원이 유입된 것을 제외하면 대다수 펀드에서 자금이 빠졌다.



ETF(상장지수펀드)에서도 SRI는 소외됐다. '하이FOCUSESGLeaders150ETF'에 연초 이후 30억원이 유입됐고, '한화 ARIRANG ESG우수기업 ETF'에 107억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설정 초기에 비해 추가로 들어오는 자금은 거의 없는 편이다.

SRI펀드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개선)를 바탕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착한 기업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목표에서 만들어졌는데 SRI 펀드가 발달한 미국, 영국에서는 지수도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경유착 철폐와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적극 행사 제도) 도입 등이 이슈가 되면서 많이 출시됐다.

지난해 이후에만 '미래에셋글로벌착한이노베이터' '삼성착한책임투자1(주식)-C' '하이사회책임투자(주식)A' 등 펀드가 새로 출시됐다.

ETF로는 'TIGER MSCI KOREA ESG 리더스' 'TIGER MSCI KOREA ESG 유니버설' 'KODEX MSCI ESG 유니버설' 'FOCUS ESG Leaders150' 'ARIRANG ESG 우수기업' 'STAR ESG 사회책임투자'등이 상장했다.


하지만 이들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삼성전자SK하이닉스, POSCO 등이 담겨있어 기존 대형주 펀드들과의 차별성이 거의 없다. 투자자들이 굳이 SRI 펀드를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국내외 정치적 이슈로 SRI에 대한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자산운용업계의 한숨도 짙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이런 펀드들을 만드는 이유는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는 기관투자가의 입맛을 맞추기 위함"이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다 보니 펀드 운용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부 입맛에 맞춘 녹색성장·통일 펀드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 두개 남아있고 거의 사라졌다"며 "SRI 펀드는 해외에서 자리를 많이 잡아 기대하던 게 있었는데 국내에선 아직 도입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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