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은·금호타이어의 '막장' 드라마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8.03.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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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에는 비밀과 폭로, 배신 등이 공식처럼 나온다. 개연성 부족한 인물들의 등장까지 더해지면 막장은 절정을 달린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이 같은 막장 요소를 고루 갖췄다.

첫 번째 공식, 비밀과 폭로는 26일 KDB산업은행(산은)이 맡았다. 이동걸 회장은 23일 노조를 만나 해외매각에 구두 합의했지만 다음날 총파업을 계획한 노조의 체면을 고려해 비밀로 했는데, 노조가 다음날 '인수할 국내 기업이 있다'며 뒤집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공식, 배신은 노조의 몫이었다.



노조는 '합의한 적 없다'며 반박하면서 또 비밀을 흘렸다. 인수 기업에 대해 '유력 정치인에게 확인했다'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개연성 없는 인물도 이때 등장한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선언했다. '국뽕'(과도한 민족주의와 애국심 고취)까지 얹으니 시청률은 치솟는다.

사실 금호타이어 막장 드라마는 이번이 '시즌2'다. '시즌1'은 산은이 '상표권'에 발목 잡혀 매각을 포기하는 줄거리였다. 시즌1·2를 관통하는 관전 포인트는 과연 산은이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팔 수 있는가'다. 하지만 매번 위기다. 작년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끌려다녔고, 올해는 노조에 휘둘리고 있다.



[기자수첩]산은·금호타이어의 '막장' 드라마


드라마 속 주인공은 타고난 능력, 난데없는 행운, 든든한 조력자 등에 힘입어 성공하지만 산은은 이중 아무것도 못 가졌다.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면 노조의 반발에 대비해야 했지만, 이 회장은 노조를 어르고 달랠 뿐 다른 능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냉혹한 현실에서 행운 따위는 없고, 금융당국 등 과거의 조력자들도 자취를 감췄다.

더욱이 노조는 '법정관리 가도 산다'고 자신하는데, 정부는 시장에 '한계기업은 정리한다'는 신호를 주지 않는다. 이래저래 산은의 고난은 시즌3로 이어질 것 같다. 시즌3는 금호타이어가 '좀비'로 변하는 호러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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