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27일 SK디스커버리 (45,500원 ▲100 +0.22%) 제 49기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 강당. 인사를 청하는 기자에게 최창원 부회장은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주총장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문은 굳게 닫혔다. 회사 주주 외에는 주총장 출입이 제한됐다.
이날 주총은 지난해 12월 1일 SK케미칼 (45,500원 ▲100 +0.22%)이 지주사 역할을 할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 SK케미칼로 분할해 지주사 체제 전환이 공식화된 후 SK디스커버리의 첫 주주행사였다.
주총은 약 20분 만에 끝났다. 재무제표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안건은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정문이 열리고 주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최 부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말한 '이따가'는 기약 없는 '나중'이 됐다.
사실상 맨손으로 SK그룹 내에서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으로부터 비춰진 그의 성향은 신중, 면밀이다. 1994년 SK케미칼 과장으로 입사해 바닥부터 배웠다.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1% 남짓했던 SK케미칼 지분율을 18%대까지 끌어올렸다. 재산 관련 매매거래에도 사회적 평판과 장기적 평가를 고민한다.
그런 그에게 독립경영의 상징인 지주사 체제 경영 관련 입을 여는 것은 아직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세간에는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계열분리 가능성도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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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지주사 SK㈜, 혹은 최 부회장의 지주사 SK디스커버리 둘 중 하나는 SK건설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주사는 계열사가 아닌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어서다.
현재 SK㈜와 SK디스커버리의 SK건설 지분율은 각각 44.48%, 28.25%.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든 계열분리 가능성이 재차 거론될 테고 이는 그의 성향상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열분리 꼬리표와 무관하게 그는 이미 자산규모(SK건설 제외) 약 6조 9300억원, 직원수 2850여명의 지주사 체제를 움직이는 사실상의 총수다. 주주는 물론 사회 전반과의 소통이 필요한 입지에 올랐다.
최 부회장은 이날 주총장 안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기업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함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총장 밖에서 보다 공개적으로 말했다면 '솔직함'과 '자신감'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 그가 말한 '이따가'가 지나치게 먼 나중이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