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피해자②] '北 억류자' 최우선 과제인 미국…한국은?

뉴스1 제공 2018.03.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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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자들 피해당할까 가족들 목소리도 못내
"남·북 대화 기회 살려 논의 주제로 올려야"

= [편집자주] 4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한반도에 기적 같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온 세계가 남·북 정상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바로 납북자·억류자 가족들의 이야기다. 70년 가까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경제적 궁핍과 납북가족이라는 낙인을 꿋꿋이 견뎌낸 이들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분들을 뉴스1이 만나봤다.

북한이 지난 2014년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공개한 김정욱 선교사의 모습 (우리민족끼리TV 캡쳐) © News1북한이 지난 2014년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공개한 김정욱 선교사의 모습 (우리민족끼리TV 캡쳐) © News1


"가족분들도 얘기하기를 꺼리세요. 혹시나 억류돼 있는 가족들이 해를 입으실까봐서요."



북한인권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북한에 억류돼 있는 선교사들과 탈북이탈주민들의 가족들에 대한 인터뷰 요구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에도 북한 정권이 억류자에게 해를 입힐까 봐 쉽게 입을 열 수 없다는 것이다.

'몇몇 가족들은 수년 동안 연락이 닫지 않은 억류자들에 대한 걱정을 넘어 이제는 거의 체념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최근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북 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억류자 문제를 대화의 테이블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 국적자는 총 6명으로 김국기, 김정욱, 최춘길씨는 선교사, 고현철씨 등 3명은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 정권은 이들이 간첩죄 등 북한 내부에서 죄를 범했다고 주장하며 구금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북한에 억류돼있는 자국민 3명의 구명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억류자들의 귀환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또 헤더 나워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최근 스웨덴을 방문해 미국인 석방문제를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추측에 불과하다"라면서도 "전세계에 억류된 미국인 문제는 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남아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그동안 억류자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억류 피해 가족들에게도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억류자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동식 김정욱선교사후원회장은 "가족들은 입장을 밝힐 경우 억류자들에게 해가 갈까 봐 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이용해서 억류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기회를 활용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 회장은 "김 선교사의 송환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정부에 문의했지만 일절 답변을 듣지 못했다"라며 "현재 정부는 탈북자 문제라든지 북한 인권과 관련된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아 가족들과 지인들은 안타까운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정상 간의 대화가 예고되면서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남·북이 억류자 문제를 정상 간의 논의 주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 22일 오전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과 북한이탈주민 단체, 북한인권단체 등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억류자 등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억류자 문제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정상회담과 논의 주제에 대해 말하기 힘들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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