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윤도현.
R&B나 재즈,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보다 구수한 전통 트로트나 발라드를 선호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들 가수는 음악 청취의 보편성에 가장 부합하는 뮤지션이다. 무엇보다 낙차 큰 커브가 정확한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듯 흔들리지 않는 음정은 노래 잘하는 남한 가수를 흠모하는 결정적 요소로 수용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친 조용필은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등 트로트풍의 가요와 발라드로 7000여 명의 관객을 흥분시켰다. 이선희도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에 참가해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했다.
지금 남한의 젊은 세대 눈으로는 ‘촌스러워’ 보이는 멜로디는 북한 주민에겐 가장 익숙하고 정겨운 선율로 인식된다는 얘기다. 이를 확실히 증명하는 곡이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다.
(왼쪽부터) 백지영, 정인,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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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곡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착으로 최진희는 이번 남한 참가 가수들 중 가장 많은 3번의 참가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1999년 평화친선음악회와 2002년 MBC 평양특별공연에서 최진희는 구수한 트로트 메들리와 북한의 유행곡 ‘반갑습니다’ 등을 선사해 북한 주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남한 록밴드로는 처음 북한 무대에 오른 윤도현 역시 시원하게 뻗는 가창과 대중적 곡을 앞세워 큰 호응을 얻었다.
북한의 정서에 잘 부합하는 중장년 가수가 밑그림을 그렸다면, 현재 진행형의 후배 가수들은 무대의 채색을 돕는다. 백지영, 정인, 알리의 참여가 선뜻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들 가창의 공통점은 ‘한(恨)의 정서’를 이입하는 데 특출 나다는 것이다.
세련된 발라드에서도 절절한 한의 가창이 돋보이는 백지영, 건조한 듯 마른 음색에서 깊이 있는 절절함을 선보이는 정인, 흑인 스타일의 절창 속에서 애상의 흔적을 심는 알리 모두 장르와 관계 없이 음색 하나만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매력이 숨어있다. 또 남한 발라드 음악의 현주소를 알려준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참여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현(왼쪽)과 레드벨벳.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류경정주영체육관과 동평양대극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첫 공연은 예술단의 단독 공연으로 진행되고 두 번째 공연은 북측 예술인과 함께하는 공연으로 추진된다.
우리 예술단은 9팀이지만 밴드 멤버와 스태프, 댄서들을 포함해 대략 160여 명 선에서 규모가 짜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필의 소속사 YPC프러덕션 관계자는 “우리 팀만 해도 밴드, 코러스 등 10명이 넘는다”며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선곡 등 무대 구성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적 행사지만, 9팀의 출연료는 어떻게 될까. 출연 팀 대부분은 개런티에 대한 문의도 없이 좋은 취지의 공연에 출연 의사만 전달한 상태.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출연 팀에겐 최소한의 답례로 개런티가 지급된다”며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남북협력기금에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