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농성’ vs ‘임시휴업’…총신대 갈등 해법 ‘오리무중’

뉴스1 제공 2018.03.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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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으로 문제 풀려는 학교에 분노…끝까지 투쟁"
총신대 "학생 관여할 일 아냐" 선 긋기…마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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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종합관 입구에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다. 17일 밤부터 이날까지 학교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와 학생들은 대치 상태를 이어갔다. 2018.3.18 /뉴스1© News1 유경선 기자18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종합관 입구에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다. 17일 밤부터 이날까지 학교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와 학생들은 대치 상태를 이어갔다. 2018.3.18 /뉴스1© News1 유경선 기자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점거 농성을 '용역'과 '임시휴업'으로 맞선 총신대학교 갈등이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학생들은 배임증재 혐의를 받는 김영우 총장의 사퇴 없이는 해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신대가 '총장의 신병처리는 학생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새학기 초부터 학과일정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실익이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주부터 실태조사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김 총장이 꿈쩍하지 않고 있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학생 '건물 점거'에 용역 부르고 휴업한 학교



총신대 종합관을 점거한 학생들과 학교가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 40여명이 마찰을 빚었던 18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 캠퍼스는 '용역으로 학생 때려잡는 김영우' '비리주범 김영우' 등 김 총장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들어섰다.

전날 밤 격렬한 몸싸움을 증명하듯 학생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종합관 건물 1층 출입문은 산산이 부서진 유리조각이 그대로 방치됐다.

총신대 총학생회와 경찰에 따르면 총신대는 지난 17일 밤 10시50분쯤 총신대 교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 40여명이 학생 30여명이 점거 중이던 종합관 전산실로 진입을 시도했다.


진입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사무실 유리창을 깨뜨리고 재단 이사가 전산실 문을 쇠파이프로 내려치며 대립이 격해지자 18일 오전 1시쯤 경찰이 중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 10여명이 발생해 이들 중 일부가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18일 오전 총신대학교 종합관 4층 전산실 앞에서 용역업체와 학생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총신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 News118일 오전 총신대학교 종합관 4층 전산실 앞에서 용역업체와 학생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총신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 News1
같은 날 오전 6시40분 쯤 박노섭 재단 이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치 국면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총신대는 '용역 마찰' 만 하루 만인 18일 밤 10시50분 '임시휴업'을 김 총장 명의로 통보하면서 다시 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사회복지학과 홍진우씨(25)는 "어제 밤 10시부터 오늘 오전 7시까지 종합관 상황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지켜봤다"라며 "학교 총장이라는 사람이 용역이라는 폭력적인 방법을 썼다는 걸 용납하기 어렵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종합관으로 몰려드는 걸 처음 목격했다는 지애정씨(23)도 "(용역업체 투입을) 학생들에 알리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라고 했다. 지씨는 "용역업체 직원이 재단이사회 직원과 같이 오는 걸 분명히 봤는데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는 데 분노했다"라며 "지난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용역업체를 불렀던 사실을 떠올리면 무력감이 느껴진다"라고 토로했다.

지씨를 병원으로 옮겼다는 조한나씨(21)는 "언니가 다쳤는데도 오함마를 든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입을 통제했다"라며 "우리는 학교에 가지는 애정이 남다른데 우리와 대화할 의지가 하나도 없이 두 번이나 용역을 불렀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라고 말하며 이마에 난 상처를 매만졌다.

학교의 '임시휴업' 통보를 받은 학생들도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총신대 총학생회는 "19일부터 학생들도 전면 수업거부에 들어갈 것"이라며 "모두가 하나되어 용역사태 책임자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종합관을 사수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종합관 건물 1층에 용역업체 직원이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부순 유리문 조각이 흩어져 있다.  2018.3.18 /뉴스1© News1 유경선 기자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종합관 건물 1층에 용역업체 직원이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부순 유리문 조각이 흩어져 있다. 2018.3.18 /뉴스1© News1 유경선 기자
◇총신대, 용역 동원 모르쇠…"학생 소관 아니다"

한편 총신대는 임시휴업 결정에 대해 "학생들이 종합관과 신관을 점거하고 전산실 인터넷 선까지 뽑는 바람에 행정이 마비됐다"며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임시휴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힌 박노섭 재단이사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총장 사퇴는) 학생이 관여할 것이 아니고 학생들은 학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부정청탁 2000만원과 관련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라 현재 총장이 사퇴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야간 용역 투입'에 대해선 "누가 결정했는지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며 "학교 측 관계자에게 들은 것은 맞지만 누구에게 들었는지 말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현재까지 총신대는 점거 농성 중인 학생과의 대화나 임시 휴업에 대해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총신대 사태가 임시휴업까지 불거지자 교육부도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사태 해결에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장이나 보직 교수들은 학교를 정상화할 의무가 있어 그 부분에 대해 이번주에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용역업체를 불러서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거나 건물 점거로 텐트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상황은 (문제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부 차원에서 김 총장 측에 원만한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고 서면 조사 등을 통해 총신대 상황을 파악해오고 있었다"라면서 "김 총장이 꿈쩍하지 않고 있어 실태조사 때 어떻게 위법행위 유무를 가려낼지 검토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학교와 학생 간 입장차가 별다른 타협점 없이 팽팽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당국도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총신대 갈등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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