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스 삼킨 한국콜마 '약발 받나 vs 체하면 어쩌나'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8.03.19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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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①'종합제약사 도약' 장미빛 미래에도 차입금 9000억원은 부담…금리 인상 등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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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스 삼킨 한국콜마 '약발 받나 vs 체하면 어쩌나'


1조3100억원에 CJ헬스케어를 인수한 한국콜마 (50,400원 ▼200 -0.40%)가 ‘승자의 저주’를 뛰어 넘어 장기간 횡보하는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CJ헬스케어 인수 결정 이후 주가흐름을 보면 시장은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의 선택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제약사 직원 출신인 윤 회장이 CJ헬스케어를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시키느냐 여부에 장기적인 주가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기업으로 출발했다. 화장품 위탁생산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1위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기업으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카버코리아 등이 한국콜마의 주요 고객이다.



한국콜마가 제약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2년이다. 대웅제약 부사장을 지낸 윤 회장의 주도로 의약품 수탁생산을 시작했다. 자체적인 영업 조직을 가지고 있는지 않지만 CMO(위탁생산)업체 중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고,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안국약품 등 주요 제약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2016년 기준 화장품 사업부문과 제약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각각 77%, 23% 수준이다.

◇CJ헬스케어 인수로 종합제약사로 도약=윤 회장은 제약사업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M&A) 대상 제약사를 물색해왔다. 이 와중에 CJ헬스케어가 매물로 나왔고 한국콜마는 미래에셋프라이빗에쿼티·H&Q코리아·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전에는 한국콜마 외에도 3개의 사모펀드가 참여했다. 칼라일그룹, CVC캐피탈, 한앤컴퍼니 등이다. CJ그룹은 업종 유사성과 고용유지 등을 이유로 1조31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한 한국콜마를 선택했다.

CJ헬스케어 인수로 한국콜마는 종합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CJ헬스케어는 국내 제약 9위권 회사로 한국콜마는 CMO 업체의 한계를 CJ헬스케어가 보유한 전국 유통망 등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내용액제·고형제 등 의약품을 생산하는 한국콜마와 달리 CJ헬스케어는 수액제에 강점이 있어 장미빛 전망이 나온다. 생산품이 겹치지 않아 CJ헬스케어의 매출액이 온전히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한국콜마의 제약사업 매출이 2000억원대, CJ헬스케어 매출이 50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해 올해 7000억원 이상의 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화장품과 제약회사 사업간 시너지까지 고려하면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콜마는 장기적 관점에서 CJ헬스케어 인수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규모를 확보하게 됐다"며 "CJ헬스케어의 제약사업과 한국콜마의 CMO사업 및 화장 품 OEM/ODM사업 간의 시너지는 무한하다"고 평가했다.

◇금리 상승기, 인수 차입금은 부담=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를 매입하기 위해 9000억원의 차입금을 마련한다. SPC(인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인수금융을 통해 6000억원을 만들 예정이고, 3000억원은 한국콜마가 전자단기사채(STB) 1500억원, 일반 차입금 1500억원으로 해결한다.

나머지 4100억원 중에서 600억원은 한국콜마의 현금성자산으로, 3500억원은 FI(재무적투자자)가 대는 자금이다. FI는 SPC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말 기준 말 기준 현금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을 약 830억원 보유하고 있다. 홀딩스 및 계열사들의 순현금은 마이너스에 가깝고 여기에 인수금융 이자비용으로 매년 약 300억~400억원의 현금유출까지 예상된다.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NICE신용평가는 인수대금 지급 이후 한국콜마의 순차입금 규모는 9844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말(1150억원) 대비 약 8.6배 가량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2일 한국콜마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 조정이 될 정도로 차입금 부담이 큰 만큼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영화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는 인수에 참여한 미래에셋PE, 스틱인베스트먼트, H&Q 코리아 등에 일정 기간 확정 이자를 주고 그들의 지분도 매년 매입해야 한다"며 "한국콜마의 현재 재무상황을 감안 시 상당한 재무적 부담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도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가야 할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피인수기업 실적 연결에 따른 전사 순이익 증가효과는 실제 CJ헬스케어 순이익의 절반 이하일 것"이라며 "연간 이자비용이 최소 3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여 순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리 변동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20~2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하는데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올해 안에 몇회나 금리를 인상할지에 대해서도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콜마가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콜마는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증권사들도 이번 인수 차입금 부담보다는 향후 전망이 더 밝다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한국콜마의 부채비율은 50%대이고 연간 1000억원 수준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창출하고 있어 이번 인수는 크게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콜마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8% 감소한 670억원을 기록했다. 사드보복 여파로 브랜드사의 추가 수주가 줄어든데다 인건비가 상승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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