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출근시간의 변화…'일찍 나오면 안돼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8.03.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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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아침에 일찍 나오지 말라고 합니다. 회사 앞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사무실로 갑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인 한 대기업의 간부 직원은 최근 상사로부터 '오전 8시 전에는 절대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침 일찍부터 일할 경우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넘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처럼 '출근 시간'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지고 있다. 예컨대 '몇시 전까지' 출근하라고 했던 기업이 이제는 '몇시 이후' 출근을 요구하는 식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새벽같이 사무실에 나와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과거 최고위급 임원이 20년 동안 휴가를 하루도 가지 않았다는 '성공 비결'을 선배들로부터 전해 듣기도 했다. 날을 꼬박 새는 야근 때문에 대기업 사옥 주변 편의점에서 양말이 많이 팔린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제 '새벽 별 보기' 시대는 갔다. '과로'는 더 이상 '공로'가 될 수 없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 의도대로 근무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선순환'의 촉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조정해야 할 '현실적 이슈'들이 예상외로 많다. 연구개발(R&D) 분야는 특히 고민이 많다. 신제품 출시 등을 앞두고는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제도하에서는 별 방법이 없다. 이에 기업들이 특정 기간을 정해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등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새로운 근로 형태의 '양'(量)을 정했다면 앞으로는 '질'(質)도 챙겨봐야 할 이슈다.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인데 근무 시간만 줄일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사회 제도의 혁신은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추구한다. 이번 근로시간 조정도 획일적인 숫자 놀음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우리 사회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조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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