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지주사 A회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채용비리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이같은 원칙을 소개했다. 오랜 기간 은행과 금융지주사에서 근무하며 신입 채용부터 말단 직원 인사 이동, 임원의 승진·연임, 정·관계 낙하산 인사까지 갖가지 청탁을 받아봤던 경험에서 우러난 이른바 '청탁 3불(不) 전략'이다.
전화나 만남을 통해 상대방에게 인사청탁 이야기를 상세하게 듣게 되면 모른 척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아예 처음부터 구체적인 청탁 내용은 듣지 않는 게 상책이다. 이럴 땐 스스로 '무능한 사람'임을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한 기업체 인사 담당 임원은 "청탁은 주로 내부나 가까운 주변 사람보다 정·관계의 힘 있는 사람이 많이 하은데 '인사 시스템이 복잡해 내 맘대로 안 된다'며 권한이 없는 것을 강조해 아예 말문을 닫게 한다"고 말했다.
청탁을 받으면 단순히 '전달'은 하되 영향력은 행사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나 직속 상사로부터 인사청탁 대상자의 이름을 전달받는 것 자체가 결정 실무자들에게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전달'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친구 아들의 인사 청탁 내용을 "던져만 줬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이로 인해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는 처지가 됐다.
'3불'을 넘어 더 적극적인 대처방법도 있다. 모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청탁 대처법은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정치인으로부터 강력한 인사청탁을 받았다. '현직 임원의 임기를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B회장은 "안 그래도 잘 하는 친구여서 애초부터 연임시키려 했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나 청탁이 들어오자 마음을 고쳐 먹고 퇴임시켰다"며 "해당 임원이 '앞으로도 이런 청탁이 먹힐 것'이라고 여기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한 달 가까이나 해당 정치인으로부터 시달려야 했지만 앞으로도 원칙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