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못 하는 3만불 시대...문제는 양극화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최우영 기자 2018.03.13 04:21
글자크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조건-노·사·정]"소득 불균형과 자산격추 해소 급선무...노사정 노력을"

편집자주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700달러(추정치). ‘국민소득 3만 달러’는 더 이상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위치다. 양적 평균치인 소득 기준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사회는 3만 달러 시대에 부합할까? 우리는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3만 달러 시대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숫자는 낯설기만 하다. 우리는 이 시대를 2만 달러 시대와 다르게 살아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그 달라야 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얘기를 펼치고자 한다.

체감 못 하는 3만불 시대...문제는 양극화


흔히 ‘3만 달러’는 선진국의 문턱이라고 일컫는다. 정부나 한국은행 등은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총국민소득)이 3만2000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인구가 5000만명이 넘으면서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선진국을 의미하는 ‘50-30클럽’에 가입한 국가는 독일·미국·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 6개국 뿐이다. 우리나라는 7번째가 된다. 이대로 된다면, 1995년에 1만달러를 넘긴 지 24년,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선 뒤 11년 만에 선진국의 커트라인을 넘는 셈이다.

3만 달러에 진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국가나 개인의 삶이 선진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후진적 사회구조는 그대로 둔 채 소득만 높아지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표로 나타나는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구조적 개선이다. 이는 정부의 노력에 더해 근본적인 노·사관계의 변화가 일어날때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압축·고속 경제성장의 이면엔 소득 불균형과 자산격차 등 성장통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어두운 그림자도 남아 있다. 한국은행 등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7로 전년 0.354보다 0.003 높아졌다.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402로 전년 0.396에서 0.006 상승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워 질수록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뜻한다.

양극화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악화됐다. 소득 5분위 배율은 2015년 7.01에서 2016년 7.06으로 높아졌다. 2016년의 경우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보다 7.06배 더 많다는 뜻이다. 빈곤 지표 역시 나빠졌다. 2016년 상대적 빈곤율은 17.9%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증가했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 소득 50% 이하인 사람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런 지표에서 드러나듯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정책 초점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협력업체, 취업자-실업자의 대립구조로 분리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걷어내고 최저임금 인상, 포괄적 단체협상제 등의 확대 등을 통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체감 못 하는 3만불 시대...문제는 양극화
이 과정에서 정부나 사용자 뿐 아니라 또 다른 기득권으로 자리잡은 노동조합이 함께 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노조의 경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은 전체의 노동자의 10%에도 채 미치지 못하지만 대표성과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비정규직의 이해관계는 뒷전으로 밀린다.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의 연대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명확하다. 상급단체 중심의 투쟁적 노조 활동을 불균형과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둔 ‘사회적 연대’가 그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중구조를 넘어 다중구조로 ‘인맥경화’에 빠져있다”며 “‘대기업·유노조사업장·정규직을 1차 노동시장이라고 한다면 여기서 하나씩 빠질 때마다 2차, 3차, 4차로 가는 ‘카스트 노동시장’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보이지 않는 벽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일 노동시장이 돼야 인적자본이 형성되고 노동시장 역동성이 보장되고 일자리 개혁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노조만 변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 역시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개혁과 같은 과제는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노동자 탄압’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강력한 반발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이런 과제는 보수정권에서 이루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과거의 실패를 밑천 삼아 다시 집권한 현 정부가 노동시장 뿐 아니라 사회구조 전반의 개혁에 역사의식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사회구조 개혁의 시작은 중도나 진보 정권이 적임자”라며 “강한 반발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이념적으로 그 진영과 가까운 쪽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줘야만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