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의 역설…알리바바·텐센트가 中 보호주의로 컸다고?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8.03.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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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의 혁신전략실]<3>"中기술기업 키운 건 보호정책 아닌 혁신·유연성"

'중국판 ○○'의 역설…알리바바·텐센트가 中 보호주의로 컸다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역 공세가 한창이다. 그는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질서를 뜯어고친다는 명분 아래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전방위 무역 제재에 나설 태세다.

안 그래도 중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의 기술을 베껴 성장한 '카피캣'(copy cat)이라는 비판을 사기 일쑤다. 중국 스마트폰 회사 샤오미를 '중국판 애플'로 부르는 식이다. 중국 기업을 외국 기업에 빗대 '중국판 ○○'라고 하는 건 아류로 본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이 카피캣으로 성장한 게 중국 정부의 보호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공세에 강력한 명분이 됐다.



톰 쿨펀 블룸버그개드플라이 칼럼니스트는 최근 중국 기술기업들이 정부의 보호주의로 성장했다는 비판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의 보호정책보다 혁신성과 유연성, 기회를 포착하는 안목이 중국 기술기업들의 성장동력이 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중국 양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당장 성장세로 미국 아마존을 압도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최근 2년간 분기 평균 매출 증가율은 각각 55%, 51%로 아마존의 2배에 이른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핵심 사업에는 이렇다 할 기반기술도 없다. 애초에 뭘 훔치거나 베꼈다고 볼 게 없다는 얘기다. 알리바바의 사업 기반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어디에나 있고 알리바바의 수입은 대개 전자상거래가 아닌 광고에서 나온다.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위챗'도 마찬가지다.

쿨펀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가 중국 사업과 관련해 현지 정부의 검열과 보호주의를 탓할 게 아니라 2014년 모바일 메신저 앱 위챗을 190억달러(약 20조3000억원)에 사들여 뭘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쿨펀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판 ○○'가 아님을 보여주는 보다 확실한 예로 두 회사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들었다. 서구 어느 회사도 이만한 서비스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어디서나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걸 보면 미국은 '석기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아마존이 미국 투자은행 JP모간 등과 손잡고 은행 계좌 상품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비하면 매우 더딘 행보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페이의 모회사다.

중국 하드웨어 기업들은 '카피캣'이라는 외부 비판에 더 취약했다. 특히 샤오미, 오포, 비보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회사에는 어김없이 '짝퉁 애플'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쿨펀은 이런 비판이 한때는 유효했지만 이젠 아니라고 지적했다. 샤오미의 사업 모델은 어디에나 있고 이 회사가 최근에는 미국 기업에서 사들인 기술을 기반 삼아 독창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이미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빠르면 연내에 미국 스마트폰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샤오미 같은 중국 기업의 성장은 값싼 노동력에 따른 저가 경쟁력 때문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쿨펀은 꼭 그렇다고 할 순 없다고 봤다. 노키아와 모토롤라도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맡긴 대만 하청업체 폭스콘(홍하이정밀)의 중국 공장을 이용했지만 결국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판 구글' 바이두가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한참 밀린 건 혁신에서 뒤졌기 때문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 아래 성장한 게 아님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술 대기업들의 성공이 정부의 보호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건 전혀 혁신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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