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관세 후 中 노골적 압박…대중 무역전쟁 속도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8.03.0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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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에 "무역흑자 줄여라" 직접 요구…철강 관세와 달리 미국 정치권·산업계 지지 얻어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09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09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동시에 중국을 겨냥한 무역전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에 무역적자 감축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동시에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美, 中 본격 겨냥…중국산 수입품 전방위 관세·대미 투자제한 나설 듯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게 대미 무역흑자를 약 1000억달러(약 107조원) 줄일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액은 3750억달러로, 거의 4분의 1을 감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루 전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어떤 방안이 나올지를 고대한다. 우리는 반드시 곧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 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로 전 세계적인 무역전쟁을 촉발시켰다는 우려 속에 중국을 특정해서 노골적인 압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가 이날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는 중국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란 게 지배적 분석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철강을 캐나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으로부터 수입하며 중국은 미국의 철강 수입국 10위 안에도 들지 않는다.

대신 미국은 관세와 별도로 중국을 겨냥한 추가적인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시점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수주 안에는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가 발표되리란 관측이다.

미국이 준비 중인 대중 제재는 지난해 8월 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착수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로, 크게 △중국 수입품에 대한 전방위적 관세 △중국 국적 법인의 대 미국 투자 제한 등 두가지 방안이 주축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미 언론들은 신발, 의류, 가전제품 등 많게는 100개 이상의 중국 수입품목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가 주관하는 대미 투자 규제 역시 인수 금지 뿐아니라, 일정 비중 이상의 지분 취득 금지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며 미 정부가 광범위한 무역 및 투자 제한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나올 수 있는 방안들이 중국에 더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 中 추가제재 부추겨…美 여야도 "무역문제 中에 집중해야" 한목소리

미국 내에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온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다르게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대응은 미국 내 지지여론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다. 오랜기간 미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어 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트럼프 트위터 댓글에 "미국산 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할 때 25%의 수입세를 물어야 하지만 중국산 자동차는 미국에 2.5%의 세금만 낸다"며 추가 제재를 부추겼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 역시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술이전을 강요했다고 주장해 왔다.

정치권도 대중 제재에 대해선 여야가 한목소리다. 철강 관세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폴 라이언 미 공화당 하원의장은 동맹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번 관세 조치를 반대하며 "중국 등 의심의 여지 없이 나쁜 무역 관행을 갖고 있는 국가들을 겨냥하는 게 더 좋은 접근"이라고 밝혔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이날 트럼프 발표 전 "중국은 지난 10~20년간 미국을 심각하게 이용해 왔다"며 "정부는 중국에 집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의 가장 큰 무역 문제는 캐나다나 유럽이 아니라 그들(중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이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로 초래될 시나리오 중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보복조치를 불러와 연쇄적인 전세계적 파장이 커질 수 있어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헬렌 주 중국 주식부문 대표는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에 따라 나오게 될 미국의 조치들이 우려된다"며 "이 조치들이 미국과 중국 거시 경제에 (철강 관세에 비해)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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