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올해도 특정일 몰리는 주총, 사유 공시로는 부족해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8.03.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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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퍼 주총데이'는 오는 23일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이날까지 478개 상장기업의 주주총회가 23일에 몰렸다. 주총 일정을 밝힌 1544개 기업 중 31%에 해당한다. 지난해 수퍼 주총데이였던 3월24일(924개, 전체 상장기업의 45%)에 비하면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쏠림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3월 하순에 주총을 연다. 감사보고서가 마무리돼야 열 수 있기 때문인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쏠림현상이 심하다. 2015년 68%, 2016년 76%, 2017년 86%의 상장기업이 3월 하순에 주총을 열었다. 2014년 기준 특정 3일간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 비율은 영국 6.4%, 미국 10.3%, 일본 48.5%에 불과하다.



주총이 특정일에 집중되면 여러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주총에 참석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주총을 분산시키겠다며 올해부터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시 사유를 신고하도록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총 집중일에 총회를 여는 경우 주주에게 사유를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올해도 주총 일정을 밝힌 상장기업 중 84%가 3월 하순에 주총을 열기로 했다. 지금까지 500여 개 기업이 주총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를 냈는데, 대체로 "주총 집중일을 피하려 했지만 불가피하게 해당일에 개최하게 됐다"는 해명이 전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총 집중일에 개최하더라도 간단한 사유만 신고하면 되고, 그에 따른 제재조치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의결정족수를 확보한 기업 입장에서는 집중일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 주총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사유 공시만으로는 정책 목적 달성이 요원해 보인다. 주총 분산을 위해 당국이 상장사 표준정관 등 제도 개선을 먼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안으로 제기된 전자투표 활성화에도 신경쓰는 것이 필요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를 진행하는 기업은 이날까지 30개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태성 기자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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