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시선으로' 김우남씨 소설집 '뻐꾸기 날리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8.03.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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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시선으로' 김우남씨 소설집 '뻐꾸기 날리다'


80년대 초반 대학에 입학하며 5.18광주 항쟁 같은 현대사의 무게를 함께 나누어 졌던 20대 여대생은 올해 환갑이 됐다. 결혼후 30여년간을 지역사회의 봉사활동에 몰입하기도 했지만 그도 교육이나 설거지.빨래.청소 같은 가사의 무게는 여느 주부와 다르지 않았다.

김우남 소설가가 스스로 아줌마임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 보이며 펼쳐낸 소설집 ‘뻐꾸기 날리다’가 출간됐다. 소시민의 일상 속 폭력을 담아낸 ‘빨래하는 여자’, 아줌마에게 위세를 부리다 양심의 가책에 빠지는 이야기인 ‘아줌마’, 한국 교육의 현실을 그린 ‘뻐꾸기 날리다’ 등 수록된 소설들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에는 중산층 화자들의 자기환멸과 정직한 자기성찰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교육비 때문에 등골이 휘고 너무나 불투명한 교육현실로 인해 생기는 학부모의 불안을 악용해 학력 위조자가 벌이는 고액과외 사기소동을 그려낸 ‘뻐꾸기 날리다’, 돈 주고 부른 가사도우미(작품 속에서는 파출부로도 칭해진다)가 보여주는 교양과 값비싼 소지품으로 인해 자신이 도리어 초라해지는 ‘아줌마’ 등이 그렇다.

김 작가는 아줌마의 유쾌한 수다를 통해 세속화된 사회에서 일상을 살아내고 그것을 버텨내는 앞뒤집, 또는 위아래층 주부들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때로는 분노와 슬픔, 좌절과 피로감 등도 묻어나지만 ‘나는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수반된다.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는 김우남 작가의 작품에 대해 ‘그의 소설이 견고한 중심을 잃지 않는 이유는 아줌마의 힘에서 나온다’며 ‘아줌마는 여기 대한민국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심적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대학 시절 법정대 학생회장을 지냈으며,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몸과 마음으로 겪어냈다고 회고한다. 졸업후 문예출판사 편집부에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결혼 후에 병원과 지역도서관 등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고 2001년 ‘실천문학’ 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직지소설문학상 등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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