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업계 '팀킴' 꿈꾸는 청년사업가들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18.03.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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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명품가구 매장이 즐비한 서울 논현동의 가구거리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골목에 작은 가구매장이 있다. 정재엽·안오준·탁의성 대표의 ‘카레클린트’다. 세 대표는 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친구다. 이들은 “전공을 살려 좋아하는 걸 하자”며 ‘팀 과제’ 하듯 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지자체 청년창업센터 사무실 응모에서도 떨어졌다. 미래 산업도, 혁신 아이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카레클린트에 투자한 건 민간투자자였다. 투자에 힘입어 제품 하나하나를 원가절감 없이 고품질로 마감할 수 있었다. 품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을 넘었다. 창업이 올림픽이라면 ‘금메달’을 따낸 셈이다. 비인기종목 ‘가구제조업’의 쾌거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비인기종목의 메달 퍼레이드였다. 이름조차 생소한 스켈레톤이나 ‘남의 리그’였던 스노보드에서 메달이 나왔다. ‘영미!’ 신드롬을 만들어낸 여자 컬링의 ‘팀킴’도 그렇다.

비인기종목의 쾌거는 선수들의 노력 뒤에 후원이 더해져 가능했다. 포스코대우는 썰매종목에 대당 1억원을 웃도는 썰매를 지원했다. 롯데는 그룹 내 스노보드 전담팀까지 만들어 선수들을 도왔다. 팀킴에게도 훈련비를 제공하고 컬링대회를 개최한 신세계가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창업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예산도 지난해 1조6500억원보다 2160억원 증가한 1조866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인기종목’에만 치우친 건 아닌가 우려된다. 창업이나 R&D(연구·개발) 지원 대상을 선발할 때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 미래기술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대비가 필요하다지만 일반 제조·서비스업 등 비인기종목은 창업에서도 서럽다. 비인기종목이 선수들의 헝그리정신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창업도 종목 다양화가 필요하다. 지금도 수많은 청년창업가가 ‘제2의 카레클린트’ ‘제2의 팀 킴’을 꿈꾸고 있다.
[기자수첩]창업계 '팀킴' 꿈꾸는 청년사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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