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이후 가해자 역고소 남발 우려…피해자 보호해야" (종합)

뉴스1 제공 2018.02.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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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상담·법률비용 지원 필요…정부가 나서야"
"문화예술인 경제적 취약성·특유 권력관계가 피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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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왼쪽 두 번째)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열린 '젠더기반 폭력에 맞선 우리의 외침' 제2회 이후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8.2.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왼쪽 두 번째)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열린 '젠더기반 폭력에 맞선 우리의 외침' 제2회 이후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8.2.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사회 각계에서 성폭력 가해자를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가 직면할 2차 피해와 보복성 고소를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 호소인이 가해 지목인에게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고소당해 송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겪는 유무형의 피해를 지원할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대교육장에서 제2회 이후포럼 '성폭력에 맞선 우리의 외침: 더 많은, 더 큰 미투를 위하여'를 개최하고 미투운동의 동향과 향후의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미투 운동의 힘은 가해자의 즉각적인 사과와 반성, 책임지는 모습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라 평하면서도 "(가해자로부터의) 역고소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담소에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무고죄의 피의자가 되면 신뢰관계인 동석제도나 재판시 비공개 청구권 등의 권리가 중단되는 사례를 본다"며 "가해자로부터 역으로 고소를 당했을 때에도 이같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률사무소 유림의 이선경 변호사 또한 "(가해자의) 실명을 모두 공개했다고 해서 반드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수사기관에서는 고소장이 들어왔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에서 법률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상담 및 법률비용 지원"이라고 짚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우리나라의 피해자 지원체계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3가지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피해자가 지원받을 수 없는 형태"라며 "지속적이거나 오래된 사건이라는 것이 (미투 고발의) 특징인데 한국의 체계에서는 사법절차에 들어가거나 가해자 처벌의 의지가 없는 경우 (피해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적어 2차피해에 심각하게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투운동이 지속되려면 2차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가해자가 어떤 식으로는 페널티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과정이 선행되고, 폭로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정보를 주고 지원할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오태석 연출가, 고은 시인. © News1(왼쪽부터)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오태석 연출가, 고은 시인. © News1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문화예술인들의 상황이 권력을 이용한 문화예술계 내부의 성폭력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의 신희주 영화감독은 문화예술계에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가해자와 피해자가 학연과 지연, 유명세 등으로 얽혀 있어 성폭력의 양상이 직장 내 성폭력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 감독은 "소속이 불확실해 가해자를 조직에서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남성 중심적 권력구조로 인해 교수나 예술활동 지원 및 후원의 결정권자 다수가 남성"이라며 "교수나 강사, 감독, 계약관계의 상사 등인 가해자가 동료, 심사위원, 비평가로 이어지며 피해자는 평생에 걸쳐 위계관계로 괴로움을 겪는다"고 짚었다.

또한 문화예술인 67%의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로 조사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를 인용,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다수의 예술가가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일자리나 후원을 제시하며 성관계를 강요하는 부당한 대가성 요구가 업계에 만연해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어 "많은 예비 예술가들은 어릴 때부터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예술 작품에 노출되며 그로 인해 왜곡된 성의식을 학습한다"며 "예술이라는 가림막 너머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문화권력에 균열을 내기 위해 인권을 보장하는 정부 주도의 예술정책 실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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