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하와이로 3개월 출장 떠나는 PB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조한송 기자 2018.02.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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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VVIP 투자 엿보기⑤]증권사·은행, 실버VVIP 고객 유치 '혈전'

편집자주 가상통화에 반토막 나고, 급락 증시에 치인다. 손에 쥔 것 없는 청년, 은퇴준비라곤 돼 있지 않은 중장년들의 흔한 비극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 다진 경험과 자산을 바탕으로 거액을 굴리는 이른바 '실버VVIP'들의 세상은 다르다. 이들의 투자세계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최고급 실버타운인 더클래식500에는 증권사들이 고객들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PB(프라이빗뱅커)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조한송 기자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최고급 실버타운인 더클래식500에는 증권사들이 고객들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PB(프라이빗뱅커)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조한송 기자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 지점에서 근무 중인 A씨는 매년 12월 하와이로 3개월가량 출장을 떠난다. 지점이 관리하는 '큰손' 4명이 겨울 추위를 피해 하와이에 머무르기 때문. 고객 의사를 즉시 반영하며 자산관리를 하기 위한 출장으로 회사에서 체재비와 현지 활동비를 지원한다.

65세 이상 고액 자산가인 실버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극소수 상류층)가 증권업계 주요 고객으로 부각되며 이들을 상대하는 PB지점들의 '남다른' 영업도 주목받고 있다. 고객 위치와 상관없이 근거리에서 자산관리를 해주거나 고객 취향에 따라 PB 지점 전체를 꾸미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버VVIP를 주 고객으로 삼은 PB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이 실버VVIP를 대하는 데 가장 우선하는 조건은 '접근성'이다. 일단 거래하기 편하도록 가까운 거리, 즉 물리적 접근성을 고려하고 있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심리적 접근성을 더한다는 설명이다.

최고급 실버타운 중 하나인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에 국내 금융투자업계 PB지점이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건물에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은행의 PB지점이 입점했다. 모바일이나 유선 등 원거리보단 대면상담 등 오프라인 접근에 익숙한 실버 VVIP 고객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 W프레스티지센터는 주고객 연령층을 고려해, 원목소재 인테리어와 소품, 방향제 등을 선택했다. /사진제공=유안타증권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 W프레스티지센터는 주고객 연령층을 고려해, 원목소재 인테리어와 소품, 방향제 등을 선택했다. /사진제공=유안타증권
고객 취향에 PB지점을 꾸미기도 한다. 서울 명동 금융가 끝자락에 위치한 유안타증권 W프레스티지 강북센터는 입구부터 상담실 등 인테리어 전반을 원목스타일로 맞췄다.

센터 한쪽에는 도자기나 난, 안락의자, 소형 연못 등을 갖춰 사무실보다는 고급 휴게공간처럼 꾸몄다. PB별로 분위기에 맞춰 방향제를 고르고, 실내에 흐르는 음악도 인테리어를 고려해 선곡한다고 한다.


지금도 금융가의 중심으로 꼽히는 명동의 지역적 특성상 현금성 자산이 많은 고령층 고객을 모시기 위함이다. 지점 관계자는 "전반적인 색채를 짙은 호두색으로 하고, 나이가 많은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족자나 대나무를 활용한 장식물 등 소품 하나하나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각종 행사를 통한 차별화 전략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건대역 지점은 직원과의 소통 접점을 늘리기 위해 매달 한 차례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지인이나 가족이 함께하는 플라워아트, 스트링아트, 티(tea) 소믈리에 등 소규모 행사를 진행한다. 매번 15명 안팎이 참여하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서지형 한국투자증권 건대역지점 지점장은 "고객과 소통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매달 가족·지인과 함께하는 행사를 직접 구성해 진행한다"며 "플라워아트나 스트링아트 행사가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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