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김현정 디자이너기자
일부 회사 직원들이 공용 물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는 엄연히 '횡령'에 해당할 수 있지만 직장인들의 인식은 느슨한 실정이다. '정'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회사물품의 사소한 활용까지 모두 제재하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머니투데이가 3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27명(90%)이 '회사 비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해봤거나, 사용하는 동료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스타트업 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씨(27)도 "탕비실에 있는 과자를 한 움큼 집어가는 상사가 있었다"며 "다 같이 먹으라고 제공하는 직원 복지였는데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며 결국 간식 제공이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료들끼리 얌체라고 소근거리지만 회사에선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 비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횡령'이 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선 '횡령'에 대한 조항이 따로 없지만, 형법 제355조1항에 따르면 횡령은 자기 수중에 있으나 타인의 소유인 돈 또는 재산을 의도적으로 사사로이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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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법인 대명의 김종원 노무사는 "회사 비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직장 질서를 침해하는 비위행위"라며 "실수가 아니라 회사 비품을 가져갈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횡령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노무사는 "횡령은 충분한 징계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출력·콘센트 사용은 흔해…일본은 '전기 도둑' 엄격 제재
/사진=이미지투데이
회사에 오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충전한다는 유모씨(26)는 "회사 금고에 손을 대 돈을 가져가는게 아니지 않냐"며 "전기를 훔쳐쓴다고 생각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회사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것까지 엄격히 제재한다는 사례도 나온다.
최근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에 한 일본 직장인은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다가 '전기 도둑'이란 소리를 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이라면 논란이 됐을법도 하지만, 대다수 일본인들은 '전기 도둑'이 맞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일본에선 형법 제245조에 따라 전기를 재물로 보고 있으며 '전기 도둑'이란 말도 판례에서 비롯됐다.
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과 달리 업무용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업무용이 아닌 개인용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것은 제한하는 식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정 문화를 공유하는 한국에서 회사의 물품은 '공공재'라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며 "한국 정서에서 횡령으로 보기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회사의 재산을 지나치게 낭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에너지를 남발하면 그만큼 고갈이 빨라진다. 일종의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