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억 횡령·배임 의혹' 이중근 부영 회장 재판에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 한정수 기자 2018.02.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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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일가족 부실 골프장·연예기획사에 수천억원 지원…자녀 고가주택 구입에 계열사 돈 쌈짓돈처럼 써

탈세 및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탈세 및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수천억원의 횡령·배임과 천문학적 규모의 분양 폭리를 취한 혐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4300억원 상당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횡령·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혐의 등을 비롯해 공정거래법위반, 임대주택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입찰방해 등 모두 12개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의 골프장, 아들의 연예기획사 등 일가족이 운영하는 부실 회사에 계열사 자금 2300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었으며 실제로 현재까지도 지원자금이 미회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공사현장 및 아파트 경비용역 입찰시 응찰가격 등을 조작해 이 회장의 조카가 운영하는 흥덕기업에 90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또 2004년 계열사 자금 120억원을 횡령해 부영 주식 240만주를 차명으로 취득한 범행으로 구속돼 재판받던 중 이 주식(시가 1450억 원 상당)을 양도해 피해를 변제했다며 재판부를 속여 석방된 후, 2007년 자신의 명의로 주식을 전환해 개인 세금 납부 등에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이 회장은 위의 횡령에 가담해 매제 앞으로 부과된 벌금 및 세금을 대납해주기 위해 이미 부영에서 퇴직했던 매제의 근무기간 및 급여를 부풀려 188억원 상당의 퇴직금을 이중 지급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부풀리기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임대주택시장에서 부영이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한 점을 이용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민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하는 과정에서 '실제 건축비'가 아닌 상한 가격인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분양가를 부풀린 혐의(임대주택법·공정거래법위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미술작품 설치비용의 절반 정도만 작가에게 지급했음에도 비용을 전부 지출한 것처럼 허위 자료를 제출해 지자체의 관련 심의 업무를 방해하고 건축허가를 취득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이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쌈짓돈처럼 썼던 사실도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회사자금 390만 달러(43억원)를 자녀들의 해외 거주용 고가주택을 구입 및 이사 비용 등으로 유용하고, 계열사 대부업체를 동원해 재산이 거의 없는 지인에게 100억원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2015년에는 동광주택 자금 246억원을 갚을 능력이 없는 내부 직원에게 가지급하는 방식으로 허위 회계처리해 이 회장의 개인 홍보용 도서 출판 비용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세청은 2015년 부영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이 회장이 부인 명의의 가설재 임대업체를 운영하면서 부영그룹의 매출을 처 명의의 매출로 계상해 법인세 36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2016년 4월 이 회장과 부영주택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6월 이 회장이 흥덕기업 등 친족회사 7곳을 대기업 집단 소속회사에서 누락한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다. 대기업 집단 소속회사에 편입되지 않은 곳은 각종 공시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의혹도 이 회장의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 비자금을 관리하다 관련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이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박모씨를 함께 구속 기소했다. 전·현직 임직원 등을 포함해 이날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모두 11명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부영그룹의 주력 사업이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임에도 기업공개 없이 불과 한 세대만에 자산 21조 원, 재계 16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반면 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과 관련해 장기간 전국적으로 서민 입주민들과 수많은 분쟁이 발생해온 점에 주목해 임대주택 분양의 불법성 여부도 수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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