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 노조가 유일하게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다른 금융지주 노조들도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다음달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큰 데다 직원들의 주총 위임장을 받는 것보다 우리사주조합장을 맡아 조합원에게 노동이사제 도입을 설득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신한은행의 우리사주 지분율은 4.7%로 국민연금(9.55%)과 블랙록(5.13%)에 이어 세번째다.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권순원 교수도 주총 표결을 통과해 실제 선임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의결권 주식수 4분의 1 이상이 참석해 참석주주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KB금융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 0.47% 가운데 위임장을 전달한 0.18%를 바탕으로 권 교수를 추천했는데 지분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새 사외이사에 금융연수원 노조위원장 출신의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을 선임해 노동이사제 도입에 준하는 행보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공기업인 기업은행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내 운영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이 후보를 은행장이 제청해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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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성효용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른 선임일 뿐 근로자 추천 이사제도, 노동이사제도 아니다”라며 “노동이사제 도입은 올 2분기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추천한 내부인사가 경영 참여와 감시의 역할을 해야 노동이사제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6년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시처럼 근로자들이 이사를 맡아야 노동이사제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경우 이사 선임 절차가 민간 은행과 달라 실제로 누가 추천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이번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준하는 것인지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며 "다만 사외이사는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노동계 출신인 만큼 노조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