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세제 지원 요청에 정부 '보조금 협정' 고민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세종=유영호 기자 2018.02.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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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부평공장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구 …기업 회생 목적 지정은 전례 없어

베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젠 한국지엠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및 한국GM대책 TF와 한국GM 임원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뉴스1베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젠 한국지엠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및 한국GM대책 TF와 한국GM 임원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뉴스1


제네럴모터스(GM)가 한국GM 부평공장 지역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청한 가운데 정부가 관련 검토에 착수했다. 특정 수출 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통상마찰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9일 저녁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GM에 대한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아래에서 (정부가) 지원을 했을 때 인풋(투입) 대비 아웃풋(산출)이 얼만큼 나올 수 있느냐 등을 따질 것"이라고 했다.



백 장관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전체적인 WTO 규범에 맞춰서 봐야 한다"며 "잘못하면 전체적인 상계관세 문제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은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나 부평공장 일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백 장관이 언급한 인센티브는 이 '외투기업 지정'을 의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투지역은 산업통상자원부 외국인투자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면 5년간 소득·법인세를 100%, 추가 2년간 50% 감면받을 수 있다.

현재 GM은 한국GM의 전북 군산 공장 폐쇄를 기정사실화하고 부평과 경남 창원의 3개 공장 체제로 재편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개 공장이 들어서 있는 부평 일대를 외투지역으로 지정받고, 신차 배정과 자본확충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앵글 부사장은 20일 국회에서 여야 정치인을 만나서는 "경쟁력 있는 신차 두 종류를 부평과 창원 공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의 경우 누적 적자로 우리 정부에 법인세를 거의 내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GM이 법인세 감면이 주된 혜택인 외투지역 지정을 요구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부평공장은 한국GM의 효자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트랙스를 생산하는 곳이다. GM은 가동률이 낮은 군산공장이 폐쇄하고 출자 전환을 통해 부채 비율을 축소하는 한편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었던 본사에 대한 연구개발(R&D)비 지급과 이전가격 책정 등을 조정할 경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투지역은 일반적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 유치가 있을 때만 지정되기 때문에 한국GM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신규 진출이 아닌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 회생을 목적으로 지정하는 첫 사례가 된다. 특히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있고, 그 지원에 특정성이 있다면 WTO 보조금 규정에 저촉되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다. 일부 기업이나 산업에만 차등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경우도 이 '특정성'에 걸린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아직 인천시로부터 정식으로 외투지역 지정 요청이 오지 않았다"면서도 "만약 한국GM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경우 WTO 협정 위반으로 보복관세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용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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