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성추행 피해자에 사과…성폭행은 사실 아냐"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2018.02.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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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안마·발성연습 명목 성추행 사실은 인정…"성폭행, 강제 아니었다" 주장

성추행에 이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성폭행 의혹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성관계는 있었으나 강제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사진=이기범 기자성추행에 이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성폭행 의혹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성관계는 있었으나 강제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사진=이기범 기자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전 예술감독 이윤택씨(66)가 19일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성폭행 의혹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씨는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저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배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는데 번번이 제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이런 큰 죄를 짓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후배 단원들에게 안마와 발성 연습 명목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피해자들의 폭로에 대해 "안마에 대해서는 잘못을 통감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남자든 여자든…제 탓이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발성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불가피하게 가슴이나 척추를 닿게 돼 있다"며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이뤄진 건 잘못이다"고 말했다.

회견장 객석에서 "사죄는 당사자에게 하라"는 외침이 이어지자 "피해자에게 가능하다면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든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거듭 부인했다. 그는 "서로 다른 쪽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행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상호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냐는 질문에는 "강제가 아니었다"고만 답했다.

'성폭행이 아니라면 왜 사과를 하느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제가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며 "상호간에 믿고 존중하는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갤러리를 통해 알려진 폭로 외에도 성폭행 피해 여성이 두 명 더 있다는 제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기가 힘들다"며 "이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서 그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일이 극단 내에서 오랫동안 진행된 나쁜 관습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정작 어떤 때는 이게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갖고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단원들도 이씨의 행각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앞으로 연극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밀양연극촌과 밀양여름축제도 사라질 것 같다. 밀양시에서 다른 운영자와 진행자를 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SNS를 통해 이씨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이씨로부터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이들의 증언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지난 18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갤러리에 과거 이씨로부터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와 파문이 확대됐다.

이에 한국극작가협회는 이씨를 제명하고 협회 이름으로 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에 이씨를 추천한 건도 철회하기로 했다. 서울연극협회도 이사회를 통해 이씨를 제명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날 한국연극협회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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