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같다"했는데 살인용의자…게하 후기도 못 믿어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8.02.14 14:27
글자크기

범행 후에도 게스트하우스 칭찬 올라와…후기 불신 커지지만 현행법상 관리못해

12일 제주시 구좌읍 한 게스트하우스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이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했다 목이 졸려 살해된 20대 여성의 시신을 인근 폐가에서 발견했다. 경찰은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B씨(32)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다/사진=뉴스112일 제주시 구좌읍 한 게스트하우스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이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했다 목이 졸려 살해된 20대 여성의 시신을 인근 폐가에서 발견했다. 경찰은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B씨(32)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다/사진=뉴스1


살인 사건이 발생한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의 과거 이용 후기가 칭찬 일색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숙박시설 후기조차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숙박객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게하포비아(게스트하우스와 포비아(공포)의 합성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정부 차원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인 사건 발생 제주 게스트하우스, 과거 후기는 "너무 좋아"= 사건이 벌어진 게스트하우스는 혼자 온 여행객들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파티를 즐기는 곳으로 유명했다. 이 곳에 실제 묵었던 한 숙박객은 지난해 8월 후기를 통해 "파티가 재밌다"며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했다. 이 숙박객은 "사장님이 너무 좋아 파티 분위기가 좋았다"며 살인사건 용의자인 한정민씨(32)를 칭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숙박객은 지난해 5월 이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후기를 작성했다. 숙박객은 한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오빠'라 부르며 "사장님이 아니라 친한 오빠같다"며 "오빠가 만들어주는 칵테일 소주를 꼭 마셔보라. 칵테일 소주 이름이 '레이디킬러'"라고 말했다.

한씨는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난해 5월부터 관리인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따로 있지만 한정민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현장을 관리하며 이익을 반분하기로 한 조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숙박객들의 후기에 등장하는 '사장님'은 관리를 맡았던 한씨일 가능성이 높다.
사건이 발생한 게스트 하우스 후기/사진=온라인 카페 사건이 발생한 게스트 하우스 후기/사진=온라인 카페
이에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 인근 게스트하우스들은 실제 취소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게하포비아'라는 말까지 나왔다.



평소 후기를 보고 숙박업소를 예매해왔던 여행객들은 후기조차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여름 홀로 여행을 계획 중인 김모씨(28)는 "여자 혼자 게스트하우스에 가기도 겁난다"며 "이젠 후기조차 믿을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씨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 중이었음에도 게스트하우스 관리를 해왔던 사실도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자신의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해 파티 후 술에 취한 채 잠든 여성 숙박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게스트하우스 관리를 해왔다. 이를 뒤늦게 알게된 숙박객들은 "한씨와 함께 놀았다니 소름이 끼친다"며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 속 파티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13일 제주 동부경찰서는 지난 10일 웃으며 김포공항을 빠져나가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용의자 한정민(32)의 사진을 공개했다/사진=제주 동부경찰서 제공, 뉴시스<br>
13일 제주 동부경찰서는 지난 10일 웃으며 김포공항을 빠져나가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용의자 한정민(32)의 사진을 공개했다/사진=제주 동부경찰서 제공, 뉴시스
◇숙박업 아닌 게스트하우스…관련법 개정해 행정관리해야=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사실상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제주도 숙박업은 관광진흥법 및 관광진흥조례에 따른 '관광숙박업'과 공중위생법에 따른 '일반숙박업',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민박업' 제주특별법에 따른 '휴양펜션업' 등으로 분류되는데, 현행법상 관광숙박업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정부의 행정 관리·감독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이에 게스트하우스를 숙박시설로 분류하도록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종사자 교육과 이력조회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한정민은 범행 직후인 10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해 김포공항으로 도주했다. 제주 경찰은 도주 사흘째에 접어든 한씨를 검거하기 위해 지방청 인력 23명을 육지부로 올려보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검거 전담반과의 공조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이른 시일 내에 한씨를 붙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