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0일 오전 열린 연합뉴스 국기게양식 행사에서 태극기에 대해 경례하고 있는 박노황 사장(오른쪽 끝) 등 당시 주요 임원진/사진제공=기자협회보
지속적인 안팎의 퇴진요구에도 임기만료를 한달 여 앞둔 시기까지 버티다가 해임논의가 본격화되자, 과거 행적에 대한 사과도 없이 슬그머니 사임의사를 밝힌 것. 연합뉴스의 경영 관리 및 감독 역할을 하는 뉴스통신진흥회의 박 사장 해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오후 박노황 사장은 연합미디어그룹 사내 게시판에 '연합 미디어그룹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사장은 "차기 뉴스통신진흥회가 출범함으로써 큰 경영공백 없이 연합 미디어그룹의 새 경영진 체제가 출범할 토대가 갖춰졌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회사를 생각해 스스로 결단을 내려 물러난다는 입장이다.
자진 사퇴가 아니라 해임안이 처리돼 물러나게 될 경우 신상에 닥칠 불이익을 우려한 '꼼수 사퇴라는 비난도 인다. 김재철 전 MBC 사장도 2013년 당시 3억원 이 넘는 퇴직금을 챙기려 ‘꼼수 사직서’를 제출해 회사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박 사장은 2012년 연합뉴스 파업 당시 이를 이끈 전현직 지부장 등을 2015년 5월 지방으로 전보 발령하고, 2015년 11월 언론노조 본부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 지부장에 대해 감봉 처분한 바 있다. 또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여성 조합원에게 1년 6개월 동안 5개 부서에 전보 조치했다.
2009년 이후 편집국장 재직 당시에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 축소, 4대강 사업 미화 보도, 한명숙 전 총리 유죄 단정 보도 등 편향 보도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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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의 이같은 입장 표명과 무관하게 회사의 지배구조를 책임지는 뉴스통신진흥회는 새로 이사장과 이사가 선임되면서 해임안건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었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는 이사장으로 선출된 강기석 전 신문유통원장을 포함해 김동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종렬 가천대학교 신방과 교수, 윤재홍 전 KBS제주방송 총국장, 진홍순 전 KBS이사, 허승호 신문협회 사무총장 등 7인으로 구성됐다.
강기석 이사장은 14일 열리는 뉴스통신진흥회 회의에서 박노황 사장 해임 안건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혀왔다.
연합뉴스 노조도 새 이사진이 공식 출범한 뉴스통신진흥회에 박노황 사장 해임 청원서를 지난 12일 제출한 바 있다. 청원 사유로는 △편집총국장제 무력화 및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 유지(3년)를 통한 편집권 독립 침해 △이에 따른 뉴스 공정성과 공익성 훼손 및 보도개입 △노조 전임 간부에 대한 보복성 지방발령 등 부당노동행위 등이 꼽혔다.
이주영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은 "내부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일 뿐 공식적으로 사임 절차가 진행된 건 아니다"며 "(공식 사임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 어제 제출한 해임 청원서 등 뉴스통신진흥회에 요구한 것은 여전히 유효하며 뉴스통신진흥회가 내일 열릴 임시 이사회에서 이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해임 청원서는 현재 경영진이 지난 3년간 연합뉴스를 망친 것에 대한 기록"이라며 "뉴스통신진흥회가 이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서 잘잘못을 따져 차기 경영진이 미래 개혁을 계획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