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韓정치권·군산 경제 동시에 흔든 GM의 한방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김남이 기자 2018.02.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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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 전격 폐쇄]①GM 초강수..정부·노조 전방위 압박

폐쇄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군산(전북)=장시복 기자 폐쇄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군산(전북)=장시복 기자


[MT리포트] 한국GM 군산공장 전격 폐쇄 ☞PDF로 보기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한국GM의 전북 군산공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악화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과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정부, 큰 축을 담당했던 지역 경제까지 동시에 흔들면서 허리케인급 후폭풍을 예고했다.



2002년 4억달러(약 4000억원)만 현물출자하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2억달러(우선주 12억달러, 장기대출 20억달러)를 지원받아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던 GM이 산은과의 계약기간 15년이 끝나자마자 한국 시장 철수 신호탄을 쏜 것.

한국GM은 올해 5월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키로 결정했다고 13일 전격 발표했다.



한국GM 측은 "군산공장은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대로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번 결정은 지난 몇년간 심각한 손실을 기록한 경영 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도 "최근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직원은 물론 군산·전북 지역 사회, 정부 관계자들의 헌신과 지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번 조치는 사업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GM은 전 세계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사업장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왔으며, 군산공장 폐쇄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결정인 것이다. 앞으로 넉달간 폐쇄 조치를 밟는 군산공장의 경우 자산가치 상각과 20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GM은 최대 8억5000만달러(약 9200억원)의 비용을 투입키로 했다. 이 중 공장을 폐쇄로 인한 손실(비현금자산상각)을 제외한 4000억원은 2000여명 임직원들의 퇴직위로금 등 구조조정 비용으로 쓰일 전망이다.

GM측은 인력의 전환배치 등을 노동조합과 논의한다는 방침이긴 하지만 현실화되긴 어렵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일단 GM은 희망퇴직 실시와 이직 지원 프로그램 등 구제대책이 담긴 방안을 조만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MT리포트]韓정치권·군산 경제 동시에 흔든 GM의 한방
업계 안팎에선 GM의 이번 조치가 정부와 노조를 전방위로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로 보고 있다. 전체 임직원의 10% 수준을 고용하고 있는데다 가동률 급감으로 제 기능을 상실한 군산공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구조조정 선택지가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2대주주(17.02%)인 KDB산업은행의 ‘회사 총자산의 20% 초과 자산의 처분 및 양도’에 대한 비토권(거부권) 행사 권리도 종료돼 GM의 군산공장 폐쇄를 국내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GM이 2002년 한국GM을 인수하며 약속한 경영권 유지도 지난해 끝났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 수출의 30%, 군산 수출의 절반을 차지해온 군산공장의 폐쇄로 지역 민심이 크게 동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권을 통해 정부의 지원을 조기에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GM 본사는 한국GM이 빌린 2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받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증자 등 우리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잇따라 밝힌 GM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도 궤를 같이 모양새다.

카젬 사장은 이날 "노조, 한국 정부 및 주요 주주 등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한국 사업을 유지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며 "이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선 모든 당사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댄 암만 GM 사장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내 GM의 남은 공장들에 대해서도 수주 안에 (폐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시간이 없으며 모든 게 급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한국GM의 지속 가능성은 자금 지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나 다른 인센티브에 달려있다"며 "인건비 삭감에 대한 노조 측 동의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있기 때문에 한국GM의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GM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이달 말까지 이해 관계자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시작한 노조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에 대해선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회사 생존과 인천 부평·경남 창원 공장의 임직원들에 대한 일자리 등이 맞물리면서 섣불리 파업 등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회사 관계자는 "군산공장 정리를 통해 경차와 소형 SUV의 전진기지로 한국GM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나머지 공장에 신차 배정 등 추가적인 투자를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면 궁극적으론 철수설도 불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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